수석부원장 퇴임 이후에도 승승장구
공기업 수장 비롯해 금융위원장 오르기도
현 정권에선 역할론에 대한 문제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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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자리가 금융위원회 고위관료의 안식처로 자리잡고 있다. 인생 2막의 시작점으로서 금감원 수석부원장 자리가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추후 금융위원장도 노려볼 수 있는 자리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때 폐지설이 나왔던 만큼 역할론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말 인사에서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이세훈 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임명됐다. 이 수석부원장은 행정고시 36회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금제금융과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금융위 산업금융과장, 금융정책과장, 구조개선정채관, 금융정책국장, 금융위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위에서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인재가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얼핏 보면 차관을 달지 못하고 밀린 모양새다. 금융위는 장관급인 금융위원장과 차관급인 부위원장 그리고, 1급인 사무처장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금융위 내에선 오히려 금감원 수석부원장 자리를 ‘꽃보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후 행보를 보면 이유가 드러난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시작으로 SGI서울보증보험 사장,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거쳐 결국 다시 금융위로 돌아와 금융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도 이후 현재 금융연수원 원장으로, 김근익 전 수석부원장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종구 장관 이후 수석부원장 자리를 거친 인물들 다수가 거래소, 정부 산하 연구원, 공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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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못지 않은 권한을 유지하면서 퇴임 이후에도 3~4년 다른 주요 정부기관 및 공기업의 수장으로 갈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무원이 아닌 금감원에서 금융위 못지 않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후에도 주요 기관장에 갈 수 있는 핵심 보직이다”라며 “금융위 차관, 장관 자리가 정권에서 사실상 임명하는 자리란 점에서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고위관료가 갈 수 있는 좋은 자리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수석부원장 자리가 꼭 필요한가" 라는 의구심은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당초 수석부원장으로 금융위 출신이 오는 이유는 금감원에서 금융위와의 대화 채널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의 조율 역할을 수석부원장이 맡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역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장보다 이 원장이 현안 이슈를 더 꼼꼼하게 챙기는데다 금융위와의 조율을 금융당국 수장 모임인 이른바 ‘F4(Finance 4)’ 회의를 통해서 이 원장이 직접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수석부원장 폐지를 요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유다. 과거에는 금융위 관료 출신이 수석부원장 자리를 맡아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작지 않았다. 금감원장으로선 상급기관의 2인자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현 정권에선 정반대로 굳이 양 기관의 조율 역할을 수석부원장이 할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수석부원장 자리 폐지에 대한 금융위의 반대가 있었다”라며 “수석부원장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