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먼저 맞았을 뿐"…3사 올해 숙제 '예고편' 격
美 선거·보조금·각국 안전 규제 등 통제불가 변수
올해 기점으로 3사 성장 곡선 크게 나뉘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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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내놓은 4분기 반토막 성적표는 올해 배터리 시장에 대한 예고편으로 비유된다. 전방 전기차 시장이 위축하는 가운데 각국 보조금 정책부터 안전 규제까지 그간 쌓아올린 경쟁력을 시험할 변수가 쌓이고 있다. 지난 3년 성장 궤도를 같이 한 배터리 3사 행보도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나뉠 거란 전망도 나온다.
LG엔솔은 4분기 매출액 8조14억원, 영업이익이 3382억원으로 잠정 집게됐다고 9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53.7% 줄어들었고 증권가 전망치(약 5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LG엔솔이 지난 3분기 일찌감치 실적 하락을 예고했던 터라 시장에서도 눈높이를 낮춘 상태였지만 이를 크게 믿도는 결과가 나왔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 10월 이후 유럽 고객사들이 주문 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 가동률이 빠지기 시작했다"라며 "메탈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분기마다 판가 불안, 탑라인(매출) 하락을 지속하는 가운데 고객사 인도 물량까지 줄어드니 그나마 미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실적을 방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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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실적을 발표하는 LG엔솔이 매를 먼저 맞았을 뿐, 올 한해 녹록지 않은 배터리 시장에 대한 예고편이란 반응이 많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배터리사의 호재로 작용했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에 대한 시장 시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작년 이후 분기마다 반영되는 IRA 보조금은 늘지만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정반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IRA 보조금 정책이 흔들릴 수 있는 터라 배터리 업체의 실제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LG엔솔의 경쟁사 SK온은 4분기 중 소폭 영업흑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IRA 보조금을 제외하면 종전과 마찬가지로 실제 수익성은 여전히 적자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사 중 흑자전환 시점이 가장 늦어진 SK온으로선 4분기 성과를 부각시킬 필요가 높지만, 시장에서 보조금을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추후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전방 고객사의 전기차 시장 성과가 부진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미 작년부터 일부 고객사에선 배터리 업체가 미국 정부에서 받아가는 보조금을 근거로 마진 조정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 보조금 정책이 지속되더라도 완성차 업체가 테슬라·BYD 등 선두 업체와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는 만큼 협력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의 수주 계약상 차가 안 팔리고 재고가 쌓이는데 셀 업체가 가동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결국 이번처럼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라며 "차가 안 팔리는 상황에선 후방 배터리 업체도 순차적으로 보장된 마진을 반납하는 등 양보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사보다 비교적 보수적 확장 계획을 펼쳐 온 삼성SDI의 사정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경쟁사보다 IRA 보조금 반영 시점이 늦어 비교적 불확실성이 낮다. 내년 이후 유럽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전기차 안전성 규제가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핵심 고객사들의 발주 기준도 삼성SDI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차 업계에선 작년 이후 니켈 함량을 늘려 에너지 밀도를 높인 파우치형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삼성SDI가 각형 배터리 협력에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안전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라 현대차 외 폭스바겐,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 전반이 각형 배터리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우에 따라 파우치형에 주력해 온 SK온·LG엔솔 수주 지형이 크게 뒤바뀔 수 있지만 이 역시 고객사 사정에 따라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이미 완성차 업체들도 파우치형 배터리 합작법인(JV)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한 터라 기존 생산라인을 한꺼번에 좌초자산으로 내모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본질적인 경쟁력에서 앞서는 테슬라·BYD를 중심으로 원통형이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여전히 변수는 많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3사의 성장 곡선이 제각기 나뉘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완성차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수주와 증설에 따라 3사 모두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올해부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각국 안전 규제나 대통령 선거, 보조금 정책, 고객사 시장지위 등은 배터리 업체가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