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0억원 가정해 80%를 기타영업비용으로 산출한 영향
이외에도 ELS 판매 난항으로 수익 줄듯…공정위 제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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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대 시중은행 실적이 예상보다 암울할 전망이다. 상생금융 규모가 확대되며 실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되는데다, '우발 손실'에 가까운 각종 규제 이슈도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까닭이다.
홍콩H지수 ELS(기초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가 본격화되며 금융당국의 정조준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 조건 담합 혐의가 적발돼 공정거리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규제 이슈로 인한 올해 순이익 감소분만 수천억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9일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4분기 예상 지배주주 순이익은 3917억원, 신한금융지주 5672억원, 하나금융지주 5986억원, 우리금융지주 2739억원으로 집계됐다. 민생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비용이 대규모로 발생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는 시장 컨센서스를 40% 이상 하회하는 실적이 예상돼 눈길을 끈다. 가파른 금리하락으로 채권매매평가익은 양호했으나 상생금융 등으로 기타영업이익이 부진할 것이란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이 상생금융으로 부담할 비용을 총 3430억원으로 가정하고 이 중 80%(2740억원)를 4분기 기타영업비용으로 추가한다면 KB금융의 일반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대한 4분기 재무제표에 상생금융 비용을 반영하려는 기류가 읽힌다. 내년 실적까지 부담을 이어가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아직 은행권 4분기 프리뷰 리포트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떨어질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대부분 하락세라는 점도 실적에 부담 요인이다. 이자이익의 핵심 지표인 NIM이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대다수 은행들의 NIM은 2~8bp(bp=0.01%) 하락할 전망이다. 당초 은행들은 고금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조달비용이 감소할 것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유동성 위축으로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감소했단 분석이다.
올해 연간 실적 역시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에 대한 수조원대 손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수수료 수익은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위기감이 고조되며 판매 환경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은행들은 ELS 등 파생상품 관련 판매를 줄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LS 관련 KB국민은행은 연간 2~3000억원에 이르는 수수료 수익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희망퇴직비용 및 태영건설을 비롯한 부동산PF 관련 추가 충당금 인식에 따라 순이자이익 외에도 전 부문에서 실적이 약화될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의 금융권 차입금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대부분 금융권을 망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4대 시중은행에서 대출과 관련해 조건을 담합한 혐의가 드러나 올해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에 대출 거래조건을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들이 담합해 고객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받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이 담보대출로 벌어들인 이득이 상당해,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홍콩ELS 손실 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향후 수천억원대의 과징금까지 부담한다면 올해 4대 금융지주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