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포함 이자율 총 20%에 달할 수도
롯데건설 "시중은행서 자금조달 하겠다" 며 메리츠 일단 배제
태영 사태 이후 급선회…이에 메리츠는 '노코멘트'
-
메리츠금융그룹과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 롯데그룹이 1조원의 펀드 증액을 추진중이다.
다만 메리츠와 다시 손을 잡고 증액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롯데그룹은 돌연 "메리츠는 현재 협상대상이 아니다. 시중은행과 펀드 증액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종 비용들을 포함, 최대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율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은행권과 협의중인 이자율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메리츠 입장은 미묘하다.
롯데와의 협상이나 펀드 연장, 또 증액펀드에 참여하는 협상여부 대해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과 그룹의 입장이 단호한 상황에서 메리츠가 이렇다할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은 현재 1조5000억원 규모 펀드의 만기 연장, 그리고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거론되는 증액 규모는 최대 1조원으로 거론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양사의 협상이 진행되고 최종 타결되면 기존 펀드의 이자율을 크게 웃도는 조건으로 거래가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바 있다. 이자와 주선수수료, 취급수수료 등을 포함한 이른바 올인코스트(All-in-Cost) 기준 최대 20%까지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금융 업계에서 통용하는 취급수수료와 주선수수료는 각각 3~4%, 1%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이자만 15% 수준이다.
다만 최대 2조5000억원의 펀드 자금을 모두 롯데건설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필요시 인출하는 한도대 성격일 경우, 실질 이자율은 15% 내외에서 형성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업계에서 통용하는 미인출 잔액에 대한 수수료율은 약 0.1%이다. 이 같은 펀드 조성이 완료한다면, 기존 펀드의 조건보단 메리츠에 보다 유리하지만 롯데그룹측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1조5000억원 규모 펀드의 이자율은 수수료를 포함해 총액 기준 12%였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은 롯데그룹과의 협상과 관련해 "한도대의 경우 인출 정도에 따라 실질 수수료율이 올라가는 구조인 것 맞다"며 "기존 펀드의 이자율은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 기준 12%인데, 펀드의 연장 과정에서 이자율은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그룹 입장은 다르다.
롯데건설은 이번 펀드와 관련, "아직 기존펀드 만기가 남아 있어 메리츠와 펀드 연장건으로 논의하는 것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롯데건설은 "메리츠가 아닌 시중은행들과 장기대출 전환을 협의 중에 있다"며 "조만간 이르면 1월에서 2월 중으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롯데건설은 "메리츠와 일절 협상이나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메리츠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최대금리가 얼마라는 협의도 전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직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이 고금리를 내세우는 메리츠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지만 최근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즉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전후로, 금융당국의 건설업에 대한 명확한 기조가 확인된만큼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기 시작했다는 것.
작년 롯데그룹이 메리츠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당시만 해도 12%대 수준의 금리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메리츠는 고금리 영업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단위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롯데그룹과 롯데건설에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금융기관이었기 때문에 협상이 성사될 수 있었다. 양사의 협력 기간 동안 롯데그룹 내부에선 다시는 "메리츠 자금을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균열이 감지되면서 사실상 결별 수순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롯데그룹이 조성하는 펀드와 관련, 은행권을 통하든 메리츠를 통하든, 국내 금융기관이 얼마나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롯데건설이 인출 자금을 확정하지 않고 수시로 자금을 뺄 수 있는 한도대 형식으로 거래가 진행할 경우, 펀드에 참여하는 금융사들의 수익성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국내 A대형 증권사 IB 본부장은 "증권사 입장에선 한도대로 참여하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운용한도(Book)가 묶이는 것보다 대출 또는 발행어음 등을 통해 이자수익을 올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