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제대표 등 공모 절차…회장 영향력 무시 못해
상황 개선 기대하지만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지적도
새마을금고 사태 키운 실무진도 대거 교체될지 관심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 말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새로 선임된 후 신용공제대표 등 주요 보직 인사에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던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각종 비위와 구설로 몸을 낮추고 있는데 후속 인사에 따라 향후 자금 운용 전략의 방향이 갈리게 된다. 신선한 인사가 쇄신을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이 있는 반면 전임 회장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PEF) 등 자본시장의 주요 영역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였는데 그만큼 잡음도 많았다. 자금을 주선하거나 출자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요구를 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2022년 연임에 성공했던 박차훈 전 중앙회장은 작년 10월 사의를 표했고, 각종 비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석이 된 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선거가 치러졌고 김인 중앙회 부회장이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인 중앙회장은 전임자의 잔여 임기(2026년 3월 14일) 동안 중앙회를 이끌게 된다. 선거 전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가 밝힌 중앙회장 권한 분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부실 금고 정리 등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중앙회 주요 보직 인사로 모아지고 있다. 중앙회는 이달 중 상근이사와 금고감독위원회 위원 보궐선출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달 말 후보자 모집 절차를 거쳐 내달 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상근이사 중 류혁 신용공제대표이사는 작년 9월 사의를 표했고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이사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사실상 중앙회장 아래 서열 2~4위가 모두 물갈이된다.
신용공제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전 요소로 꼽힌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자금 집행 규모는 물론 자금 수요처에 대한 고압적인 태도로도 시장의 주목을 받아 왔다. 비판과 견제가 심해진 만큼 새로운 대표가 오면 최대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공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투자를 집행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후속 인사도 예상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큰 비판을 받았던 만큼 새로운 인사들도 공명정대하게 자금 운용 업무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앙회 눈에 들지 못해 자금을 받지 못했던 운용사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중앙회에서 요직을 맡았던 몇몇 인사들이 신용공제대표 자리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관투자가나 금융사에서 CIO를 맡았던 인사들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근이사 선출은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얼마나 투명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제왕적 권력을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중앙회장을 상근직에서 비상근직으로 전환했다. 신용공제대표도 전문성을 강조하며 외부에서 영입했는데, 사실상 중앙회장과 ‘끈이 닿아 있어야’ 갈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가 따랐다. 권광석 전 대표, 류혁 전 대표 모두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됐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신용공제대표를 공모한다지만 실질적인 인사는 중앙회장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 신임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은 박차훈 전 중앙회장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사실상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에 대리인 역할을 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신임 중앙회장이 전임자 시기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반성하기도 했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앙회장의 영향력이 공고히 이어져 오는 상황에선 신용공제대표가 혁신과 쇄샌을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무진에 대한 후속 인사 조치 규모에도 이목이 쏠린다.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시장의 비판을 받은 데는 부동산과 PEF 투자 관련 부서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들 조직의 구성원들은 수개월간 인사 작업이 중단되면서 대부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공제대표나 윗선의 인사가 바뀌더라도 실무 인력들이 그대로라면 비위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를 완전히 끊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앙회 대표 자리에 누가 오느냐도 중요하지만 이후 인사 방향도 중요하다”며 “기존에 문제됐던 조직의 인력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