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대비 높은 우발채무 비중…중·후순위도 90%↑
부동산 호황기 PF로 성장…시장 경색에 수익성 급감해
PF 임직원 사적이익 추구 적발 '눈총'…평판 리스크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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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돌입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금융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업계에선 PF 리스크가 높은 증권사로 다올투자증권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PF 임직원이 사익을 추구한 비위 행위가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되기도 해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단 지적도 나온다.
1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다올증권과 SK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부동산 PF 리스크에 따라 신용도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통적으로 사업 영역에서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익성이 급감했단 설명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특히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다올투자증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우발채무 규모가 큰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한 부실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하이투자증권 등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다올투자증권의 익스포저가 크다고 판단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다올투자증권을 신용등급 모니터링 대상에 올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말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국내 신용평가 3사가 공통적으로 다올투자증권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64.7%에 달하는 4829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50%대인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브릿지론(30%대)과 중·후순위(90% 이상) 대출 비중을 감안하면 위험도도 높다.
지난해에는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 대금을 통해 위기를 한 차례 넘겼지만, 올해는 우발채무 대비 자금 조달 방안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다올투자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대출의 질이 나쁘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초에는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해 숨통이 트인 부분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조달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면서 다올투자증권의 IB부문 순이익은 급감하는 추세다. 실제로 IB부문 영업순이익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2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올투자증권은 IB부문 실적에서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지난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실시한 5개 증권사 부동산 PF 부문에 대한 기획검사를 통해 담당 임직원들의 사적이익 추구행위와 내부통제 미비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 5개 증권사 중 한 곳이 다올투자증권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금융이 평판에 민감한 영역인만큼, 다올투자증권이 평판 리스크문제가 불거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리스크로 망하는 일은 없겠지만, 문제는 평판"이라며 "부실 대출에 따른 위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직원이 뒷돈까지 챙기는 증권사는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의 우려와 관련해 다올투자증권 측은 "부동산 PF 시장의 악화로 유동성 확보, 부동산 포지션 축소, 관리 사업장 정상화 지원, 주선 중심 사업 전개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