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부진 더블스타, 금호타이어 투자금 회수도 지연
실적·주가 좋지만 채권단과 다시 매각 제한 약정 맺어
매각 하더라도 난이도 높아…회사 "매각 움직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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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호타이어는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5년 뒤 졸업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2016년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회사 매각에 돌입했고, 이듬해 초 중국 더블스타 타이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95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이후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결국 계약이 깨졌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채권단 관리절차(자율협약)에 들어갔다. 2018년 매각 절차를 진행했고 다시 더블스타를 모셔왔다. 그해 7월 더블스타는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6463억원을 투입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확보했다. 불과 수개월만에 직접 손에 쥘 돈이 사라진 꼴이라 채권단이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당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정상화를 위해선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최선이라는 수차례 입장을 강조했다.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반대하고 자구안을 도출하는 데 협조하지 않으면 파국이 불가피하다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를 맞은 후 경영이 안정됐지만 실적은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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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며 5년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단기간에 회사를 다시 위기로 내모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작년 하반기 이 기간이 끝났다. 이에 시장에서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매각을 꾀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채권단에도 더블스타 지분 매각에 동의해달라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로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금호타이어의 기술은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고, 글로벌 시장은 최상위권 브랜드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블스타 역시 중국 경기 침체로 2020년 이후 실적이 하락세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금호타이어 매각을 고민해 볼 만하지 않겠냐는 시선이 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가 배당을 하지 못한 탓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았다. 국내 시설이 노후화함에 따라 신규 투자가 집행돼야 하지만 자금 부담이 크다. 회사는 2021년 이후 광주 공장을 함평으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해당 공장 부지를 상업용지로 바꾼 후 팔아 이전비용 등을 조달한다는 계획인데 지자체와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전방 산업 호조가 이어지고 각종 비용들도 안정적으로 관리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년 전 3000원 안팎이던 주가는 5000원대 중반대를 향하고 있다. 더블스타 보유 금호타이어 지분 시가는 약 7000억원이다. 실적이 나쁘지 않을 때 팔아야 안정적인 기업을 찾을 가능성도 커진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몇 안 남은 호남 기업이고 잘 경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블스타가 계속 힘겨운 상황이라면 금호타이어를 좋은 기업에 파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금호타이어가 언젠간 매물로 나오지 않겠느냐 보는 분위기다. 다만 당장 경영권 매각 절차가 가시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더블스타는 작년 채권단과 차입금 만기 연장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당분간 지분을 보유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2025년 7월까지 2년 동안은 매각 제한, 이후 2년간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이에 대해 “최대주주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매각 움직임은 없고 매각설도 사실무근이라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밝혔다.
더블스타가 채권단과 합의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팔 수 있게 된다 쳐도 난이도가 낮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호타이어 한국 설비는 노후화했고, 중국 사업장은 불확실성이 크다. 실적이 언제까지 양호하게 유지될 지 의문이고, 강경한 노동조합과 지난한 협상도 감수해야 한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호타이어 실적이 좋지만 경쟁사보다 확실한 우위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금호타이어가 매물로 나오더라도 한국 기업은 중국 사업에 부담을 느낄 것이고, 한국 사업만 관심을 갖자니 노후화한 설비와 노조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