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MM, 돈 쓰지 말라' 분위기
거래 무산 시 새 투자자 물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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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PE자산운용(우리PE)의 폴라리스쉬핑 인수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주요 출자자(LP)로 나서기로 했던 HMM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투자 의향을 거두면서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산업은행이 매각 작업 중인 HMM의 투자 행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MM과 해진공은 우리PE의 폴라리스쉬핑 인수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HMM 600억원, 해진공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출자하는 안을 검토해왔는데 각사 경영진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지자 투자 의향을 거두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9월 폴라리스쉬핑 매각자 측은 우리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폴라리스쉬핑 지분 100%다. 폴라에너지앤마린이 들고 있는 지분 80.52%와 NH PE-이니어스PE 지분 13.62%, 김완중·한희승 공동대표 지분 2.93% 등이 포함됐다. 매각가는 5500억원가량이다.
HMM과 해진공은 우리PE가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위해 결성하는 프로젝트펀드의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폴라리스쉬핑이 해외로 팔리면 국내 광물 운반 및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우선매수권을 확보해두면 HMM의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나머지 자금은 우리PE가 다른 투자자와 인수금융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었는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래 종결이 지연됐다. 매각자 측이 올해 2월로 거래 종결 목표 시점을 늦추기도 했다.
HMM과 해진공이 발을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우리PE의 폴라리스쉬핑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기관들도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분위기다. 거래 진행이 불확실해지면서 매각자 측도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폴라리스쉬핑 딜의 경우 인수금융 8% 초반의 금리를 제시하면서 금융 기관들이 관심을 보였다”며 “다만 HMM과 해진공 측이 빠지면 아무래도 다른 기관들도 투자 의향을 거둘 수 있어 딜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MM이 폴라리스쉬핑 투자에 부정적으로 돌아선 배경 중 하나로 산업은행이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HMM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인수자인 하림그룹과 의견 조율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MM의 현금을 활용하고, 협상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투자건을 반기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PE의 폴라리스쉬핑 인수엔 우리은행 등이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금융지주 고위층 분위기도 썩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 거론된 폴라리스쉬핑 가치는 3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범위가 넓은 데다, 투자 대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HMM은 우리PE 측에 투자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최근 입장이 바뀌었다"며 "해당 투자는 HMM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반기지 않았고, 우리금융에서도 강한 지지를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PE 측은 "현재 진행중인 거래로, LP(출자자) 구성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2004년 설립된 폴라리스쉬핑은 원자재와 건화물을 전문으로 수송하는 화물전용 벌크선사다. 브라질과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크화물을 한국과 중국 등으로 운송한다. 폴라리스쉬핑은 2022년 매출 1조3988억원, 영업이익 2225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