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의 일반적인 진행 과정상 어려움일 뿐
총선, 변수로 꼽혀…4월 10일 이후 본격 논의 예상
과거와 달리 워크아웃에 당국이 민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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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개시하며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벗어났지만, 실제 워크아웃을 진행하기까지 난관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일반적인 워크아웃 진행 과정의 어려움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큰 변수는 총선으로 꼽힌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지난 11일 워크아웃을 개시한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에 돌입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을 주(主) 회계법인으로 선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실사를 통해 태영건설의 존속능력 여부도 함께 평가한다.
금융감독원의 '워크아웃 건설사 양해각서(MOU) 개선 지침'에 따르면 PF대주단은 채권단과 별개로 부(副) 회계법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PF대주단 중 채권액이 가장 많은 금융기관이 선정한다.
일차적으로 부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60개 PF 사업장은 대주단협의회를 구성해 사업장 처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대주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의견 합치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선 복수의 부 회계법인을 선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후에도 주채권단과 PF대주단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금융사에서 직접 빌린 자금보다 PF 사업에 대한 대출 보증이 더 많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에 직접 대출을 내준 채권단과 PF대주단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관건이다. PF 사업장 이외의 사유로 발생한 부족자금은 채권단이, PF사업장에서 발생한 부족자금은 PF대주단이 제공해야 한다. 다만, 자금이 부족하게 된 원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
현재 태영건설이 추산하는 우발 채무 수준이 채권단이 추산하는 규모와 크게 차이가 난다. 이에 협의 과정이 더욱 복잡할 거란 지적이다.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태영건설이 보고한 보증채무는 약 9조5000억원이며 이중 우발채무가 2조5000억원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직접 채무 1조3000억원, 이행보증채무 5조5000억원, 연대보증채무 9조5000억원 등 태영건설의 채무가 총 16조3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어떤 채무든 우발채무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도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장은 42곳이다. 이 가운데 19곳의 사업장 대출 만기가 1분기에 몰려있다. 1분기 만기 대출잔액은 1조4496억원, 우발채무는 8471억원에 달한다.
사실 워크아웃 과정에서 부채자산실사와 기업개선계획 등을 둘러싼 잡음은 특별할 게 없다.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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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나서 "(워크아웃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호건설(금호산업)·현대건설·대우건설 등 과거 워크아웃 때와는 다른 당국의 기조가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워크아웃이 가진 특이점을 고려해야한다고 판단한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큰 변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꼽힌다.
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 따른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 '변수'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는 평가다. 태영건설발 위기가 부동산뿐 아니라 경제 전반으로 본격 확산할 경우 표심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등 지난 연말부터 증시부양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약 9% 하락했다. 특히, 올해 들어 보름 만에 4.87% 하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홍해 주변의 중동 정세 불안, 북한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유럽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 퇴색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사실상 제어할 수 없는 외부 변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제어할 수 있는 내부 변수다. 최종 결과야 어떻게 됐든 총선 전까지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당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을 거란 분석이다.
태영그룹과 관련한 여론이 나빠지자 지난 5일 구순의 윤세영 창업회장은 이복현 금감원장을 만났다. 윤 회장은 TY홀딩스·SBS 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며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다. 대신 TY홀딩스의 연대보증(약 4000억원)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11일 채권단 회의 결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확정됐다. 채권단의 동의율은 96.1%다. 워크아웃 전까지도 채권단이 태영건설의 자구 의지를 불신한 걸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사실상 '거수투표'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채권단은 이르면 오는 4월11일 워크아웃 제2차 협의회를 열어 기업개선계획을 결의한다. 총선은 4월10일로 제2차 협의회 하루 전이다. 주채권은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한 달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개선계획 결의는 늦어도 5월11일에 이뤄진다. 업계에 따르면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제2차 협의회 시기가 밀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결국 본 게임은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총선을 치른 이상 정치권의 부담감은 줄어들게 된다. 금융권을 향한 압박의 목소리도 줄어들 전망이다. 제 목소리를 내기 수월해질 이해당사자는 각자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중 어떤 방법이 유리할지 이해득실을 따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최대 한 달 동안 각자가 그 상황에 가장 적확한 판단을 할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추후 태영그룹 차원의 책임 소재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태영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담보로 잡을 경우 해당 계열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고 담보로 맡긴 TY홀딩스·SBS 지분마저 잃어 손실 규모를 더욱 키우는 경우다.
물론 현 상황에서 '일도양단'으로 옳고 그름을 가르기는 쉽지 않다. 태영건설 지원은 결국 태영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논리로 따지면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게 자금을 회수하는 데 더 유리하다"며 "워크아웃 시점이 총선과 겹친 건 우연인지 태영그룹의 의도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총선 이후에 있을 제2차 채권단 회의 때 워크아웃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