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이재용 회장 위해 시세 조종하고, 거짓공시ㆍ허위정보 유포했다"는 검찰
입력 2024.01.25 07:00
    [삼성 불법합병ㆍ회계부정 재판]②
    공소장에 증권사ㆍ기관 일일이 압력(?)을 준 삼성 모습 실려
    유명인 기고ㆍ불확실한 개발계획 발표 등 허위사실 유포 혐의도
    삼성바이오 분식여부는 별도의 축…시세조종 등의 혐의입증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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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편집자주>

      6년 전 검찰의 삼성그룹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삼성 불법합병ㆍ회계부정 사건'이 조만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기간 3년2개월ㆍ공판 106회ㆍ검찰 수사기록 19만 페이지, 그리고 수백명의 증인목록이란 기록을 남겼다. 

      이번 재판 결과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승계가 불법적으로 자행됐는가"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적인 판단을 의미한다.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ㆍ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ㆍ김종중 전 미래전략실1팀장(사장) 등 삼성 전현직 최고임원들의 운명도 결정된다. 복잡하게 얽힌 재판의 전후사정과 이슈, 논란거리와 함의 등을 시리즈 기사로 정리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삼성그룹 불법합병ㆍ회계부정' 사건을 기소한 것은 2020년 9월의 일이다. 이재용 회장과 미래전략실 임원,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및 임원 등이 대상자였다. 별개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작년 12월15일 결심공판이 열렸고 1심은 올해 2월14일로 예정돼 있다. 

    • 검찰이 주장하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 전 고위임원들에 대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 내용 상당수는 2020년 9월1일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반에도 이미 공개됐다. 

      일단 검찰은 "이재용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하고, 이재용 회장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됐다" "합병 등 승계작업의 지원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이미 법원을 통해 확정됐다"라고 밝히고 있다.

      근거는 삼성 국정농단 개입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19.8.29 선고 2018도13782)와 이에 대한 대법원 재상고심(2020.6.11) 판결이다. 해당 판결문에는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사법부의 공식 판단이다. 

      이를 기반으로 검찰은 삼성이 삼성물산 이사회ㆍ주주총회ㆍ기관투자가 설득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인위적으로 주가관리를 하며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그 예로 검찰이 제시한 구체적인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관련 내용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검찰 공소장 전문에 전부 실려 있다. 다만 이 내용들은 검찰의 공소사실로, 법원을 통해 판결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 최지성 부회장이 지시해 삼성증권 IB본부등을 통해 이재용 회장 승계계획안 '프로젝트 G' (G는 Governance를 지칭)를 마련했다.

      - 2015.5.6 딜로이트안진에 삼성물산 등 기업가치를 평가하라고 의뢰했다. 이때 삼성은 구체적 자료는 주지 않고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하라"로 딜로이트안진에 요구했다. 

      -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 IB본부가 삼성에 유리하도록 삼정KPMG가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 이를 딜로이트안진에 제공했다. 이어 '안진도 삼정과 똑같이 평가결과를 맞추라"고 유도했다

      - 삼성물산 이사회 소속 사외이사 3인에게 이번 합병비율의 적정성, 시점이 타당한지 등 검토나 논의도 없이 1시간 만에 합병을 승인하라고 유도했다. 

      -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매각해 백기사로 활용했다. 이때 법무법인과 골드만삭스가 "경영상 필요가 없는 거래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주총 앞두고 제3자 주식매각은 해외 투자자 신뢰를 잃게 된다"라고 자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강행했다. 

      - 합병이 진행되면 신규로 순환출자 발생위험이 있는데 삼성은 이를 알고서도 증권신고서에 일절 미기재했다. 나중에 엘리엇이 이를 문제삼자 그제서야 일부만 기재했다. 

      -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워런버핏(버크셔 해서웨이)에게 매각하기로 논의하고 협상 중이었다. 이는 합병을 앞둔 양사 주주들의 회사 가치 판단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었지만 이를 모두 숨겼다. 

      -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삼성물산 주주인 미국 메이슨 캐피탈(Mason Capital)을 만나 "메이슨의 찬성표가 중요하다" 고 설득했다. 이때 "삼성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지원해준 기관과 괴롭힌 기관을 확실히 구분할 것이다. 합병에 찬성하면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 한화투자증권이 2015년 6월 합병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후 물산 주가가 하락했다. 장충기 사장이 한화그룹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에게 "삼성에 불리한 분석보고서는 내지 말라"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한화증권의 관련 보고서 발표가 이어졌다. 장충기 사장은 이번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를 통해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을 압박했다. 유사한 사례가 한국투자증권 등에도 발생했다. 

      - 장충기 사장이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언론 인터뷰를 하도록 요청하고 실제로 시행됐다. 엘리엇을 국익을 해치는 헤지펀드로 비난하고 국민연금 합병 찬성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기도록 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하순까지 상장이 어려웠고 선결 조건조차 논의되지 못했다. 삼성은 이를 알면서도 제일모직 주가 부양을 위해 언론홍보와 기업설명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곧바로 상장을 추진하고 2016년 상장한다는 내용이었다. 

      - 삼성은 용인 에버랜드 개발계획이 진척 없이 중단됐고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이를 곧바로 실현될 것처럼 허위사실 공표했다. 

      - 합병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후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하면서 반대매수청구권으로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갑자기 현금 200억원 밖에 없던 제일모직이 4200억원을 단기대출로 빌려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기소내용의 상당수는 분식회계와 별개건으로 구성돼 있다. 즉 삼성그룹과 임원들의 정보조작과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판부가 이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유무죄 및 형량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지성 실장과 최치훈ㆍ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등은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대가를 정당히 받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는 혐의로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직스 재무제표의 거짓공시ㆍ회계분식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적지 않다. 

      기본적인 사실은 삼성바이오에피스 공동 설립자인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보유한 콜옵션 권리를 은폐하고 숨겼다는 점. 이에 대해 검찰과 증선위는 이를 거짓공시라고 판단했다. 또 콜옵션을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Subsidiary)이 아닌 '관계기업'(Affiliate)으로 바꾼 것을 분식회계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삼성과 변호인단은 거짓공시가 아닌,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2종이 판매승인을 받고 수익개선 가능성이 커지자 이때부터 관계사로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으며 콜옵션 부채를 은폐할 이유도 없었기에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사안은 '외부감사법'을 위반했느냐 여부로 최지성 실장ㆍ김종중 사장,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 등 미래전략실과 삼성바이오 임직원들, 그리고 삼정KPMG 임원들이 관련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