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보다 빠른 속도…HBM 등 AI향 선두지위 덕
보수적 투자기조 유지하되 AI 시장수요 대응에 초점
경쟁사 증설 영향 제한적…"AI 메모리는 종전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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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 중 가장 먼저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물론 업황 회복보다 개선세가 가파른데, 인공지능(AI) 시장에서 D램 선두 지위가 굳어진 덕으로 풀이된다. 낸드 역시 감산 효과로 수익성이 시장 예상을 훌쩍 넘기는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투자부터 판매까지 AI 시장 추세에 맞춰 종전과는 다른 전략을 예고했다.
25일 SK하이닉스는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1조3055억원, 영업이익이 34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선 4분기 중 소폭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은 32조7657억원, 영업적자 7조7303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SK하이닉스는 지난 분기 D램 부문 흑자전환에 이어 전체 메모리 공급사 중 가장 먼저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분기 D램 빗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 증가량)는 한 자릿수 초반에 그쳤지만 대당공헌이익(ASP)는 10% 후반 증가했고, 낸드 빗그로스는 한 자릿수 초반 하락했음에도 ASP가 40% 이상 개선됐다.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4분기 D램 수익성이 20%를 넘기며 낸드 적자폭을 상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파른 실적 개선세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선두 지위가 굳어진 덕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도 AI 서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외 DDR5 등 선단 공정 제품에서 AI 시장 수요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HBM이나 DDR5 등 제품은 종전 범용 D램에 비해 웨이퍼당 생산 가능한 물량이 적고 수율이 낮은 반면 고객사 주문에 맞춰 공급하는 방식이라 수익성이 크게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2개 분기 연속으로 점유율 기준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수익성과 격차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업황을 기록한 배경이었던 낸드에선 감산 효과로 고부가제품 중심 믹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공급사 전반이 감산 등 보수적 기조를 이어가며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만 구체적인 낸드 부문 흑자전환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투자 계획 및 중장기 전략에 대해선 보수적 입장을 지속했지만 초점은 AI 시장 수요 대응으로 훨씬 좁혀졌다.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은 작년 AI 서버에 이어 올해는 기기나 관련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인데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으로 자리잡는 중"리아며 "AI 시장은 과거 범용 메모리 시장과 달리 수주형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고객사 필요나 예상 수주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보유한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늘리기보다는 고객사 및 시장 요구 수준에 맞춰 라인을 조정하되 전체 투자규모는 필수 인프라 구축으로 제한하는 등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우시 팹 역시 1a나노 공정으로 전환해 DDR5, LPDDR5 양산이 가능한 방향으로 활용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기존 D램 경쟁사들이 HBM 대응을 위해 설비투자 확대에 나선 데 대한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경쟁사의 HBM 등 AI향 D램 투자 확대로 공급과잉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종전 범용 메모리 시장과는 사업 성격이 바뀐 탓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은 고객사와 최소 1년 이상 사전 협의, 계약을 통해 생산 규모를 결정하는 수주형 산업이고 차세대 제품에선 그만큼의 가격 프리미엄이 더 붙는다"라며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공급 능력을 결정하고 수요에 대응하는 데다 올해 이후 HBM 응용처가 서버 외 다른 부문으로 다변화할 예정이라 공급과잉 우려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