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결과 공표 속도전…섣부른 범죄화 vs 극약처방 논쟁
입력 2024.01.26 07:00
    취재노트
    금감원, 작년 한 해 굵직한 금융사 검사 다수
    검사 마무리 안됐어도 현장검사 후 바로 발표
    금융사는 ‘낙인’ 찍히는 셈…번복 어려워 울상
    금융사 ‘압박용’이란 평가도…변화에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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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작년 한 해 금융사 검사에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 경남은행 횡령사건, KB금융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등 은행권은 물론, 영풍제지 주가조작•증권사 랩신탁 등 금융 전 업권에 걸쳐 검사를 아울렀다. 유독 작년에 사건이 몰려 발생한 탓도 있겠지만, 업계에선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들이 많다는 점을 주목한다. 

      금융사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쉬쉬하며 진행되던 검사가 세상에 알려지며 마치 ‘범죄자 낙인’이 찍히듯 피해를 본다는 의미다. 반면 금융당국은 업계 변화를 꾀하기 위해 대중의 날선 시선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금융사의 변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한 해 금감원에서 배포한 검사 관련 보도자료는 20건에 이른다. 경남은행 사건사고,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 등 굵직한 건들 외에 증권사, 자산운용사, 카드사 등 금융 전반 업권에 걸쳐 다양한 검사가 진행됐고, 외부에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전인 2021년 검사 관련 보도자료가 7건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마저 점검사항 공표 등의 일반적인 수준의 공지사항을 제외하면 건수 차이는 늘어난다.

      이는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금감원의 기조가 바뀐 데 따른 결과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원장이 온 뒤로 금감원 내 검사조직에 힘이 실려 속도와 정확성을 요구하는 수준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검사 방향이나 진행상황을 외부에 공유하는 사례도 늘어났다는 평이다. 그간 민간회사 검사를 나가더라도 외부에 노출을 자제해왔던 금감원 분위기와 결이 달라진 셈이다. 

      금감원 검사를 대중의 시선으로 옮겨 금융회사의 변화에 속도를 붙여보자는 이 원장의 기조가 담겼다는 평이다. 당장 홍콩H지수 ELS 만 하더라도 금감원의 현장검사 이후 은행권은 일제히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경남은행 횡령사건 이후 장기 근무자를 향한 감시 소홀이 문제되자 시중은행 포함 대부분의 은행권이 칼 같은 순환보직 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다만 불편한 정보가 공개되는 탓에 금융사들도 편치는 않다. 잠정적 검사결과에 불과한데 마치 대중들로부터 ‘잘못한 금융사’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금융사에는 적용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확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문제가 있다는 여론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회사는 평판을 통해 일반 금융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 검사결과에 따라 영업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작년 한 해 금감원이 검사를 나간 금융사 사건들 중 결과가 미미했던 사례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은행권 불법 외화송금 사건은 총 4개 은행이 6억6100만원 상당의 과징금과 11곳 지점 외국환 업무 정지 처분에 그쳤다. 금감원이 최초 검사에 착수했을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경징계인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공매도 규모 관련, 국내 주식 총 거래대금의 0.001%에 그친다는 평도 있었다. 검사 마무리 전에 미리 대대적인 발표가 나와 정작 결과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 검사 이후에 잠정 결과를 발표하는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마치 검찰조직에서 수사 경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라며 “다만 검찰 수사는 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이미지 회복(?)의 여지가 있지만 금감원 검사는 두번의 기회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