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IB 부진한 영향…신규 거래 어렵고 부실 딜 多
위험하고 책임감 큰 IB 임원직…인력 구하기 쉽지 않단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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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IB) 그룹장은 한달 넘게 공석중인 가운데 하나증권의 투자금융본부장도 작년 말 사임한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가에선 IB 부문 조직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부실 딜이 늘어나며 대형증권사 IB맨들의 이탈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투자금융본부장이 지난해 말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임했다. 한때 부동산 관련 실을 이끌기도 했던 인수금융 통으로 알려진다. 개인 사업을 위해 직을 내려놓았다는 후문이다. 현재 투자금융본부장직은 공석으로 인프라대체금융본부장이 겸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증권은 "해당 임원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B 부문 수장은 한 달 넘게 공석이다. 최근 IB2, 4본부장 등 주요 본부장들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지만 중요한 그룹장 자리는 후임을 찾지 못했다. 업계에선 해외 IB 임원을 그룹장으로 영입하려고 했다고 알려졌는데, 부임된다 하더라도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증권가에선 IB맨들의 잇따른 공백이 눈길을 끈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IB 부문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한만큼 IB맨들의 공백을 증권가 내 위상 변화와 연관짓는 시선이 나온다. 수년간 증권가의 먹거리였던 부동산금융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부실 자산 후처리,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하는 IB 임원 자리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부실 자산의 증가로 사후 관리해야될 자산은 많고 신규 딜소싱 여력은 바닥난 곳이 많다.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동산 부실이 상당한데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신규 거래는 드물다. 기업공개(IPO)나 채권발행(DCM)등이 호황이라고 하지만, 수수료수익이 많지 않다고 알려진다.
딜소싱을 통해 성과·보수를 기대하는 사람은 대형증권사 임원 직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일부 IB 임원의 역할은 부실 자산 후처리, 리스크 관리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IB 임원 자리는 '뒷처리 하는 가는 곳'이란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상황이다.
공석인 자리를 두고 채용에 나서는 증권사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내부에서 실력있다고 인정받는 IB맨을 영입하기란 원래도 어렵지만, 부실 자산을 수습하고 관리하는 미션을 줘야 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에선 내부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을 영입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당사자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사업장이 많은 증권사를 갈 유인은 크지 않다. 얼마 전 투자심사본부장을 새로 뽑은 한 증권사에서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IB부문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산관리(WM)부문의 입지는 되레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IB 공백이 생긴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의 최고경영자(CEO)는 WM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 WM부문에서 대거 승진인사를 냈고 하나증권은 대표가 지점을 방문해 격려하는 일이 잦다고 알려진다. 이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증권가 IB맨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초는 대다수의 증권사들에서 성과급을 정산하는 시기다. 작년에 이미 성과급이 대폭 감소했는데 올해도 크게 줄어든다면 계약을 유지할 지 고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엔 침체된 업황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인력 이탈이 대거 목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