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PBR 부양책 예고에 양사 주주환원 주목도 상승
추가 자사주 소각 가능성 열어둔 기아에 높은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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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아가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부양책을 예고한 가운데 기아가 내놓은 주주환원 계획이 현대차보다 높은 호응을 끌어낸 덕으로 풀이된다.
31일 기아는 장 막판까지 주가 상승세를 어이 간 끝에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역전했다. 이날 현대차 주가 역시 전일보다 2.42% 오른 19만4600원에 마감했지만, 기아 주가는 5% 올라 10만2900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 기아의 시가총액은 41조3703억원으로 현대차(41조1640억원)를 약 2000억원가량 앞지르게 됐다.
양사 모두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 기아가 더 두드러지는 배경엔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주주환원 정책 차이가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당국은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증시 상장사 중 PBR 1배 미만 종목에 대한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사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건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로 통상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를 가리킨다. 일본 정부는 작년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해 1년 만에 증시를 30%가량 끌어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 2위를 기록했지만 PBR 멀티플(배수)는 각각 0.55배, 0.8배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국내 증시 상장한 대형주 중 PBR은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탓에 최근 정부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의 수혜주로 꼽힌다.
기아의 PBR이 높지만 현대차보다 높은 주가 상승세를 보인 건 최근 발표한 향후 주주환원 계획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탓으로 풀이된다. 기아와 현대차 모두 지난해 25% 수준 배당성향을 달성했고 자사주를 포함하면 30% 수준 안팎 환원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아는 올해 실적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은 양사가 현재 정부당국이 추진 중인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상장사인 데다, 그룹 맏형 격인 현대차가 몸값에서 기아에 역전당한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 여부를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정부가 곧 내놓을 PBR 중심 부양책이 일본 수준 실효성을 가지긴 어렵겠지만, 현대차와 기아 모두 이에 부응하기 위한 추가 환원책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라며 "현재로선 기아가 지난 실적 발표 당시 추가 자사주 소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더 큰 점수를 따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