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점유율은 이미 미래운용이 10%P 앞서
삼성, 계열사·기관 물량으로 1등 지키지만…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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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절대 강자, 삼성자산운용의 위상이 구겨지고 있다. 개인투자자 매수세에 탄력을 받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계열사 일감을 바탕으로 왕좌에 앉았던 삼성자산운용이지만 내부인력 이탈, 점유율 하락 등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펀드 설정 규모는 49조8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시장의 40.2%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바짝 쫓으며 펀드 설정 규모 46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 37.2%다.
삼성과 미래에셋 ETF는 아직 3% 포인트(P) 격차가 나지만 매년 그 차이는 좁혀지고 있다. 2020년만 하더라도 10% 포인트 이상 차이났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간극은 지난해 2%대까지 줄었다. 한때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변화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단 분석이다. 지난 12월 28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 개인투자자 점유율은 47.7%로 전년 동기 대비 0.3% 포인트 늘었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ETF는 36.2%로 7.3% 포인트 줄었다.
미국 증시 위주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라인업이 개인투자자 유입에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는 최근 다우지수와 S&P500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내 증시보다 훨씬 빠른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대 미국 주식 투자 ETF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유리했을 것이란 평가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관련 핵심 인력들이 최근 2~3년 사이 잇따라 경쟁사로 유출되며 '맨파워'가 흔들린 것도 점유율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02년 삼성투신운용 시절 한국 첫 ETF인 'KODEX200 ETF'를 출시하며 '한국 ETF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배재규 부사장이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게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남기 ETF운용부문 대표 역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장 출신으로 2020년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는 2차전지ㆍ인공지능(AI) 등 테마ETF 붐을 이끌며 삼성자산운용 추격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업계 3위 KB자산운용 역시 지난해까지 ETF부문을 삼성자산운용 출신 홍융기 본부장이 맡았고, 홍 본부장이 연말 인사로 은행에 이동한 뒤 역시 삼성자산운용 출신인 김찬영 한국투신운용 본부장을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ETF&AI운용 총괄을 맡아 KB자산운용의 ETF 사업을 이끌게 된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ETF부문 경쟁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상무가 맡던 ETF 사업부문장 자리를 부사장으로 격상하고, 삼성생명 출신으로 2021년 운용에 합류한 하지원 부사장을 배치했다.
다만 하 부사장은 삼성생명 시절 재무심사팀장ㆍ전략투자사업부장ㆍ특별계정사업부장ㆍ자산PF운용팀장을 거쳤고, 삼성자산운용 합류 후에도 전통자산 중심인 자산운용부문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ETF 전문가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 출신 ETF부문 인재들에 대한 보상이 공로에 비해 비교적 적었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팀장급을 임원으로 뽑아가는 등 경쟁사들이 공을 들인 부분도 있다"며 "생명 출신 임원을 ETF사업부문에 배치한 것 역시 업계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시장 선점 효과와 더불어 핵심 출자자(LP)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의 지원을 업고 ETF 시장을 주도해왔다. 최근엔 삼성생명의 일반계정 자금까지 공격적으로 삼성자산운용에 운용을 맡기고 있단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삼성생명의 변액계정 위주로 삼성자산운용에 자금을 맡겼다면 최근엔 일반계정 자금까지 적극 맡기는 모습이 포착된다"라며 "기관 물량으로 지키던 철옹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올해 안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