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교체기 마다 이사회 독립성 이슈 문제돼
라임·옵티머스때도 사외이사진 중책 맡아
올해는 ELS에 횡령까지...사외이사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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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금융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금융지주 사외이사 교체 여부에 관심이 몰린다. 어느 때보다 법적 책임 여부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교수진 위주의 사외이사 구성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 CEO 선임 때마다 불거지는 독립성 문제는 포스코·KT&G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및 은행 사외이사 50명 중 3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통상 5년~6년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교체보다는 대부분 연임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5년 이상인 사외이사는 10명 남짓이다.
KB금융지주는 김경호 의장이 임기를 채워 연임이 불가하고, 하나금융은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사가 교체될 전망이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최장 임기를 채운 이사는 없어 연임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나은행은 김태영, 이명섭 이사가 5년 임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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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및 은행 사외이사는 통상 임기가 2년이지만 연임시 1~2년의 임기가 추가된다. 통상 금융사에서는 업무 지속성 등을 이유로 임기가 끝나더라도 상법상 임기 제한인 6년(KB금융은 5년)까지는 임기를 유지하도록 한다. 작년 초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이 일부 이사진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금융지주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잡음이 많은 탓에 사외이사 독립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금융사 경영진을 선임할 시 이사진의 감시기능이 충실히 작동되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하지만 주인없는 금융사의 본질적인 한계 탓에 이 같은 지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포스코나 KT&G나 금융지주나 외국인 지분율이 높고 현 경영진에 유리하게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제한 될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일탈을 떠나 금융지주 이사회도 포스코나 KT&G와 차별화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최근 ELS 사태 등 금융권에서 사건·사고가 많은 가운데 기존 사외이사진들의 전문성 역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금융사 사외이사 구성은 통상 교수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데, 금융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4대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사외이사 구성을 살펴보면 50명 가운데 36명이 교수를 맡고 있거나 과거 교수직에 몸 담았던 경력이 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전통적으로 교수들을 많이 선임해왔다. 직업군 중에 겸업하기가 비교적 용이하기 한 데다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와 같은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사진들의 다양한 구성은 더욱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과거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비춰볼 때 홍콩ELS 문제를 대응하는 데 이사진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당시 금융사에서는 문제 상품과 관련해 배상여부나 규모를 두고 이사진들과 치열한 내부 논의를 벌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배임의 여지는 없는지, 배상결정에 금융당국의 입김은 없었는지 등을 검열하는 견제 기능이 필요하다. 당시에도 금융지주 이사진들이 이 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사진들은 금융상품과 관련한 전문성을 갖춰 법적 책임소재를 따져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특히 올해는 ELS(주가연계증권)을 비롯해 여러 금융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건해야 하는 시기다. 작년 한 해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 경남은행 횡령사건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이 발생한 바 있다. 결국 올해는 이사진들의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는 한 해인 셈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외이사들 가운데 금융사 경험 여부가 상품이나 배상 기준 등 문제를 처리할 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라며 “배상여부나 배상여부와 관련해서는 이사진에서도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