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시세조종 등 줄줄이 깨진 논리…전원 무죄
프로젝트 G "기업 활동의 하나"…주주들도 덕 봤다
재판부가 '주주 위한 선택' 피고 주장 손 들어준 것
1심 마무리에도 사법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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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과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검찰 주장대로 오직 승계 목적으로 주주를 약탈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삼성그룹 임원과 회계법인 관계자들 역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합병 과정에서 합리적인 사업적 필요성 등 검토를 거쳤기에 사업성이 인정된다고 본다"라며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승계만이 합병의 목적이라 단언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일모직에 유리한)합병 비율 및 시기로 인해 승계, 지배력 강화 등 효과가 있었지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전단적 결정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과 미전실 주도로 당시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내 합병 관련 태스크포스(TF) 내 업무조정 등 사실이 드러났으나 구 삼성물산 내 TF 및 경영진, 이사회 차원에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이유다.
합병의 결과 구 삼성물산 주주도 득을 보았다는 점 등도 이 회장만을 위한 합병이 아니라는 근거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발단인 합병을 통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판단이 수반되었으나, 사업적 판단 역시 작용했다는 점에서 검찰 측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소장에 담긴 미전실 승계 계획인 '프로젝트 G' 문건 역시 약탈적 승계를 위한 근거로 인정되지 못했다.
프로젝트 G는 이번 합병 사건으로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 주도로 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 기업금융(IB) 본부를 통해 마련된 승계 계획안이다. 검찰은 이 회장과 최 전 실장 등을 포함한 미전실이 금융 계열사를 통해 마련한 프로젝트 G 문건에 따라 상장 계열사에 주주 이익에 반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공소장에서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역시 자연스러운 기업 활동의 일부라 판단했다. 최대주주 유고 시 상속세 문제나 금융지주회사법,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 환경 변화로 인한 여파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한 문건 중 하나라는 얘기다.
공시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거나, 여론 왜곡 등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사 합병 과정에서 각각 개별적이고 합리적인 사업성 판단이 결의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목적을 공시에 기재한 것이 허위라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외 공소장에 적시된 투자자 설명회(IR) 및 관련 공시 과정 부정 의혹 역시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 관련 부정 혐의도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기업 회계상 장래 사업을 둔 공정가치 측정에서 불확실성이 높다는 게 불공정을 의미하지 않고, ▲당시 바이오시밀러 등 양사가 진출한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사업성 판단에 불확실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2015년 이후 바이오젠에 제공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권리의 잠재가치가 재평가될 여지가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과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 관계자 전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11월 검찰이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을 당시부터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는데, 1심 재판부를 통해 관련 주장이 일부 인정된 것이다.
일단 기소 후 3년 5개월여 만에 이 회장 관련 1심 판결이 마무리되었지만 사법 리스크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향후 대법원까지 3~5년 이상 재판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