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논란 불구, 기관 99% 밴드 상단 초과 주문
적자에 자본잠식, 이에이트도 밴드 상단 확정 유력
운용역 "회의감 들지만 물량 더 받으려면 불가피"
-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얻기 위한 기관투자자들의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연초 상장한 모든 기업들이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결정될 정도로 기관들 사이의 수요예측 경쟁이 뜨겁다. 이에 흥행을 넘어 과열됐단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상장일 '따블·따따블'(공모가의 200%·400%)이 보장된 장세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기관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높게 써내고 있단 분석이다. 기업의 가치를 따지기보단 물량 확보가 주가 되면서, 기관 내부 운용역들 사이에선 지금의 출혈적 수요예측 경쟁을 경계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공모주들은 모두 제시한 희망 공모가액 밴드의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액을 확정했다. 기상장한 우진엔텍과 HB인베스트먼트, 포스뱅크, 현대힘스, 이닉스는 물론 이날 상장 예정인 스튜디오삼익 모두 확정 공모가액이 밴드 상단을 뚫었다. 이달 상장 예정인 이에이트도 상단 초과가 유력할 전망이다.
지난달 17~2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스튜디오삼익은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1만4500원~1만6500원)를 초과한 1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최종 확정했다. 참여 기관의 99%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제시했고, 이 중 약 89%가 2만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할만큼 기관의 열기가 뜨거웠다.
다만 스튜디오삼익은 상장 준비 초기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터라 공모가 산정이 합당한 근거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단 목소리가 많다. 스튜디오삼익은 지난 2022년에도 스팩(IBKS제13호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추진했으나, 스팩 주주들 중심으로 삼익스튜디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반발에 부딪혀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올해 재상장을 추진하면서 스튜디오삼익은 또 다시 고평가 논란에 직면했다. 비교기업의 PER이 과도하다는 지적에서다. 회사는 지누스와 시디즈, 오하임앤컴퍼니를 비교기업으로 제시했는데, 앞선 2개사는 PER이 각각 22.14, 14.79배인 반면 오하임앤컴퍼니는 무려 49.71배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증권신고서 작성 시 PER 50배부터는 비경상적 수치로 판단한다.
스튜디오삼익이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하임앤컴퍼니를 비교기업으로 산정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러한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삼익의 공모가는 상단을 초과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이미 고평가된 PER보다 더 높은 배수를 적용했단 뜻이다.
지난 2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에이트도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지점에서 공모가액 확정이 유력할 전망이다. 아직 확정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수의 기관이 밴드 상단을 초과해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이트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이다. 2021년부터 2023년 9월 말까지 3년 연속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적자를 기록했지만 제도의 수혜를 입어 상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에이트가 보유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 기술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장부상 실적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2022년 77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자본총계가 -66억원으로 자본잠식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은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에까지 밴드 상단을 초과한 주문을 넣는 것이 옳은 일인가 회의감이 든다"면서도 "다만 운용사 입장에선 한 주라도 물량을 더 받는 것이 중요해 '오버'로 주문을 넣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