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간의 실사에도 인수 포기하는 사례 빈번하단 평
이익 나는 보험사 많지 않은 탓…"악성 계약 쌓여 인수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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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인수·합병(M&A)이 멈춰섰다. 매각작업에 나섰다가 실사 과정에서 번번이 인수자들이 나가 떨어지면서다. ‘실사 공포증’이라고 불릴 만하다. 몇번의 매각 불발을 거치면서 보험사 매각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새로운 회계기준 하에선 적자 보험사의 경우 인수자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3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ABL생명, KDB생명 매각이 개점 휴업 상태다. 몇번의 매각 실패를 겪으면서 인수자들이 떨어져 나간 상황이다. BNP카디프, MG손해보험 등도 잠재매물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그나마 매각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롯데손해보험 정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M&A가 개점 휴업 상태다”라며 “롯데손해보험 정도가 IM(투자설명서) 배부를 준비하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ABL생명과 KDB생명이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매각이 불발됐다. 특히 KDB생명의 경우 수개월에 실사 과정을 거친 결과 매각이 불발되면서 보험사 M&A 시장이 냉각됐다. 실사 결과에 따르면 조단위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단 결론이 나왔다.
ABL생명 매각불발로 인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동양생명 매각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ABL생명 매각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동양생명 매각에 나서겠다는 방침으로 전해진다.
MG손해보험 매각도 추진되고 있지만,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MG손보는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105억원을 기록한 이후 2분기(-322억원)와 3분기(-589억원) 연속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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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M&A에서 원매자들이 가장 꺼리는 매물 중 하나가 적자가 나는 보험사다. 그 이유는 새로운 회계기준 하에선 미래에 들어올 이익을 가정하고 이를 분기에 반영하는 식으로 손익을 인식한다.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비단 이번 분기 영업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팔아놓은 보험 상품에서 적자가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원매자들이 수개월에 실사를 진행하고,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들이 나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나지 않는 보험사는 그만큼 악성 계약이 쌓여 있다는 의미로 바뀐 회계기준 하에선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다“라며 ”인수 후 바로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은 원매자들 입장에선 인수를 꺼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 중 꾸준히 이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매각 중인 ABL생명은 3분기까지 꾸준히 이익을 낸 것처럼 보이지만 3분기만 떼어내면 74억원의 적자를 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 KDB생명 등 다른 보험사는 상황이 더 안좋다.
이 때문에 보험사 매물은 쌓여가지만 원매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BNK금융지주 등 보험사를 원하는 곳은 있지만, 이들 눈높이에 맞는 보험사를 찾긴 쉽지 않다. 그나마 이익이 나는 보험사는 롯데손보 정도가 있지만, 몸값이 2~3조원이 거론되는 상황이라 쉽사리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 BNK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규제비율인 130% 수준에 근접해 출자여력이 크지 않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ABL, KDB생명 등은 킥스 비유을 높이기 위해 증자가 필요한데다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인수 후보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보험사 매물이 쌓이면서 매각 의사가 있는 곳들도 타이밍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