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트랜시스 등 5번째 생산전문 자회사
"경영효율화, 불법파견 문제 해소" 목적
지연되는 전기차 전환, '내연기관 생산 효율화' 평가도
자회사 가치 높여 지배구조 개편 카드로 활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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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제조 전문 자회사 설립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 최근 현대위아에 이르기까지 벌써 5번째 자회사를 신설했다.
순환출자 해소라는 가장 큰 숙제가 남아있는 현대차그룹의 상황을 비쳐볼 때 잇따른 자회사 신설이 추후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그룹의 자동차 부품, 방위산업 계열사 현대위아는 최근 모듈제조사(섀시·플랫폼)인 모비언트와 부품제조사 테크젠(엔진·등속조인트)을 각각 설립했다. 직원은 모비언트 800명, 테크젠은 1500명 수준으로 모두 100% 자회사로 운영된다. 기계장비와 생산설비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를 신설하기 때문에 주주총회의 의결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추진이 가능하다.
그룹 부품 개발의 핵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2년 말엔 생산전문 계열사인 모트라스, 유니투스를 출범했다. 역시 모듈 및 부품생산을 각각 담당하는 제조 전문계열사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4월 트라닉스를 설립해 파워트레인 생산을 전담케 했다.
이같은 생산 자회사 설립의 표면적인 목적은 외부 협력사에 분산된 생산 설비를 자회사로 한데 모아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간접고용을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해 고용리스크를 해소한다는 측면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고용리스크는 상당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5년 연속 임금협상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역대급 인상률 합의가 배경이다. 현대차의 연봉 인상은 역시 관련 계열사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행히 우호적인 환율로 인한 실적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올 한 해 부담은 크지 않았지만 업황의 파고가 닥치면 인건비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긴장도는 더 높아졌다.
자회사 설립은 사업적으로 부수적인 목적이 있다는 평가다.
전세계적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전환의 속도가 예상보다 상당히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룹 내부적으로 내연기관 전문 부품 계열사들의 생산 전문성을 당분간 유지해야겠단 기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상대적으로 등한시 했던 내연기관 전문 계열사들의 생산 효율화 작업에 집중함과 동시에, 추후 전기차 설비로의 전환 과정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란 평가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이 완성기에 접어들기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현재와 같은 과도기에선 흩어져있던 기술개발·생산역량을 한데 모아 효율화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내연기관 생산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지만, 추후 생산 자회사들의 설비 전환을 고려해 그룹 차원에서 수직계열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추후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생산 자회사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관심의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순환출자 해소란 숙제를 안고 있다. 역시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2022년 말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 자회사 2곳을 신설했을 당시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모듈부문과 AS부문을 분할하는 방식이었는데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 설립이 과거 지배구조 개편안과 유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단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상황, 이를 통해 정 회장이 보다 적은 자금으로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은 지배구조 개편의 최적의 시나리오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계열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최근 주가도 급상승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의 적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로선 생산 자회사들의 통합에 대한 방식과 시기를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추후 전기차 설비로의 완전한 전환과 지배구조 개편의 시기가 맞물리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나리오란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핵심 부품의 독보적인 생산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한다면, 기업공개(IPO) 등이 추진해 자금 마련 통로로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