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홍 대표이사 첫 대규모 프로젝트로 기록
삼성ENG, 역대급 실적에도 주주환원無, 목표주가도 줄하향
삼성 제조 계열사 역할 정립 필요성 꾸준히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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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이 최종적인 새 사명으로 삼성E&A(Engineers & AHEAD)을 선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명 변경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삼성어헤드(SAMSUNG AHEAD) ▲삼성인스파이어(SAMSUNG INSPIRE) ▲삼성퍼스티브(SAMSUNG FIRSTIVE)를 제시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엔 이렇다 할 배경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사명 변경이 추진되면서 임직원들의 일부 반발도 있었다.
사명 변경이 확정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1991년 코리아엔지니어링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지 33년만에 새 간판을 달게 된다. 삼성그룹 내 존재하는 계열회사 가운데 사명을 변경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그룹에서 처음으로 사명을 바꾼 계열사가 된다. 이번 사명 변경은 지난 2022년 말 남궁 홍 대표이사의 취임 이후 첫 대규모 프로젝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업의 사명을 바꾸는 작업은 SK그룹과 LG그룹, 한화그룹 등이 시초다. 대부분 기업들은 기업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사업의 방향성을 새 사명에 드러내겠단 목표를 내세웠다. 사업의 확장성을 고려한다는 배경도 동일하다.
다소 모호한 사명이 회사의 주력사업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결코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중장기 전략 수립 등 미래 구상 과정에서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과 미래 확장성을 반영한 새로운 사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번 사명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 표면적으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주 및 임직원들큰 반발 없이 사명 변경이란 대규모 프로젝트를 적절한 타이밍이란 판단이 깔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에도 순현금은 20%가 넘게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실적이 내실 있는 결과물로 보긴 애매하다. 실제로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 발표도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키웠고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목표주가를 하향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저PBR 기업들, 특히 일부 건설업종이 주목 받는 상황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사실 삼성엔지니어링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명 변경'이 아닌 그룹 내 입지의 재정립, 본업의 수익성 강화란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계열사, 삼성바이오 계열사 등 그룹 관계사 공사 수주는 대부분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담당하고 있다. 실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목표로한 수주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엔 바이오로직스의 신공장 건설 과정에서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삼성엔지니어링이 자체 자금으로 수년간 공정을 진행한 것이 알려지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그룹 내 위상이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본다면 삼성물산과의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과거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작업이 진행했던 것과 같이 추후 삼성그룹 내 제조 부문의 교통 정리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계열사가 주도권을 잡게 될 지도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요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