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기대 수준의 절반인 DPS 150원 발표
고배당 기대하던 투자자들 실망…주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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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주당배당금(DPS)을 결정했다. 상반기 실적발표 이후 시장에서 기대하며 거론했던 DPS 300원의 절반 수준이다. 하반기 실적까지 감안해 200원 수준으로 내려온 최근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보다도 낮은 '배당 쇼크'란 평이다.
지난 9월까지만 하더라도 한화생명은 올해 배당에 대해 자신있게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배당 발표 후 주가도 10%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른바 '저PBR주의 함정'의 첫 사례로 한화생명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3일 한화생명은 이사회를 거쳐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150원으로 결정했다. 시장의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선 한화생명의 주당배당금을 200원 정도로 예상했다.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직후만 해도 한화생명 투자자들은 고배당 기대감이 컸다. IFRS17으로 순이익이 급등하자 한화생명도 투자자 대상 IR에서 배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선 한화생명의 예상 주당배당금을 300원까지 내다봤다. 한화생명 측에서 투자자 대상 IR에서 배당 성향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DPS 추정치가 300원이라는 게 복수의 증권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영진의 의지가 강력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적지 않은 배당 규모에 의구심을 표하는 반응이 많았다. DPS를 300원으로 가정할 경우 배당성향은 29%에 이르고 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을 이유로 2년간 배당을 않던 한화생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것이란 의견이 다수였다. IFRS17으로 이익이 상승했지만 근본적인 이익체력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3분기부터 한화생명의 배당 자신감은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의 IFRS17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며 실적 가늠자가 되는 CSM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지난 3분기 한화생명은 별도기준 4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엔 31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부진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졌다. 한화생명의 3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384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의 컨센서스인 1222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과거 판매한 연금 계약 부담이 가중되며 보험손익이 전분기대비 50% 감소하고 투자손익도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단 분석이다.
이렇다보니 한화생명의 배당 의지가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투자자들에 다소 낙관적인 암시를 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한화생명 주가는 지난 8월 52주 최저점을 기록한 뒤 주가가 급상승하며 연일 최고점을 경신해왔다.
한화생명에 대한 투자심리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26일 기준 한화생명 주가는 전날 보다 9.6%(325원) 하락한 30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계에선 목표 주가 하향 리포트도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2024년 한화생명의 목표주가를 기존 3000원에서 2500원으로 하향했다. 현재보다 낮은 주가로 사실상 매도 리포트가 나온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 금융당국의 기조를 고려했을 때 배당성향이 20%는 넘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이익수준이 크게 낮아지며 배당금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밑돈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