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받았다고 하지만 매각 차익 기대 못하는 수준
4~5년전 투자 많아, 상당 만기 도래했을 것으로 추정
계열사 중 평가손 가장 큰 곳은 KB손보, 1300억 하락
KB증권은 투자건수 훨씬 적지만… 1200억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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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중 절반이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KB손해보험의 평가손실 규모가 가장 크지만, 투자건수 대비 손실 규모는 KB증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인베스트조선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전수 조사 자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행·증권·손해보험·생명보험·캐피탈·자산운용)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173건 중 88건이 투자 당시보다 자산가치가 떨어졌다.
절반가량이 투자수익은 고사하고 원금조차 지키기 어려워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규모는 투자원금 기준 5조6000억원에 이른다.
KB금융이 손실 본 해외 부동산 투자는 미국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7건 중 52개로 과반이다. 미국은 재택근무 영향으로 공실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유럽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추가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업황 둔화 여파는 은행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특히 뉴욕·워싱턴 지역은 가격 하락폭이 심해 이 지역 부동산 투자분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컨대 KB증권이 메리츠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28-2호를 통해 워싱턴에 투자한 오피스 빌딩은 현재 평가손실로 기록되진 않지만 가격 하락 영향에 노출될 것이란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KB손해보험은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통해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20 타임스스퀘어' 건물에 중순위 대출을 내줬지만 전액 손실처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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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계열사 중 평가손실이 가장 큰 건 KB손해보험으로 확인됐다. 미국, 유럽 등 55건의 해외 부동산 관련 투자를 집행했는데 투자 당시보다 자산가치가 1300억원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은 투자건수가 30건으로 손해보험보다 적지만 평가손실 규모는 1200억원으로 나타나 투자 효율이 가장 안좋은 곳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이 미국 뉴저지 DSM 빌딩에 투자한 180억원은 현재 평가금액이 1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투자 성적표가 가장 저조한 셈이다.
KB금융이 손실 본 해외 부동산 투자 중 2020년(2020년 포함) 이전 건은 62개(36%)다. 대체로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4~5년인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수가 만기 도래했거나 혹은 올해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이전 저금리 시기에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IB업계서 너도나도 딜 발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이 해외 부동산 위기에 대응해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가운데 추가 위기가 발생할지 업계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권의 총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56조4000억원이다. 단일 부동산 투자금 35조8000억원 중 2조4600억원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최근까지 3건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중국계 자본들이 북미 및 유럽 지역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 투자금을 거둬 들이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데 거래량이 늘게 되면 주요 오피스 지역에 '최근 실거래가'가 형성, 부동산 자산 가치 재평가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옆 블럭 오피스가 이전 대비 40% 할인돼 팔렸는데 우리 자산의 가치 하락률은 10%에 그친다고 우길 수는 없는만큼, 더 큰 손실 반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존에 발생한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은 이미 반영했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