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증, 충당금 적립에 성과급 재원·북 여력 줄어
은행 투자금융부는 본부장 공석ㆍ핵심 인력 인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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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 GIB(글로벌투자은행)체제의 힘이 빠지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 해체 후 신한캐피탈과 신한라이프가 GIB부문에서 제외되고, IB의 중심인 신한투자증권은 충분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간 든든한 뒷배 역할을 했던 신한은행 역시 최근 투자금융 부문의 인사 이동 이후 역량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그룹과 GIB그룹 통합해 대기업 영업을 GIB 관할 아래 두는 방식으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시간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로 1633억원을 반영했다.국내외 부동산 펀드 투자의 손실규모가 늘어난 데 따라 충당금을 대폭 잡으며 순이익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년 대비 약 70% 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과거 라임사태 관련 사적화해에 따른 충당금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약 1200억원의 충당부채를 잡았다. 작년 8월 신한투자증권은 라임펀드와 젠투펀드에 자발적 배상을 결정해 약 562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이나 젠투신탁 추징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충당금 여파는 신한투자증권 내 투자금융을 담당하는 GIB그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자를 감당할 북(자금운용한도)이 충분치 않을 데다 성과급 재원도 빠듯한 사정일거란 평가다.
신한투자증권 정통 IB부문은 GIB2그룹장인 김준태 대표(전무)가 총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IB에서 성장한 '프랜차이즈 리더'로 2021년 상무로 승진한 지 2년만에 전무 승진과 함께 그룹 대표가 됐지만, 경쟁사 IB부문 대표들과 비교하면 트랙레코드 등 아직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은 IB 역량 강화를 위해 꾸준히 외부에서 임원급 인력을 보강해왔다. NH투자증권 출신 서윤복 IPO본부장과 삼성증권 출신 권용현 기업금융1본부장이 대표적이다. 앞서 ECM 총괄로 제이슨 황 전 JP모건 본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는 평가다. 보상 등의 이슈가 겹치며 실무진이 상당수 이탈했고, 이는 신한투자증권 IB부문의 구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한 대기업 회사채를 발행을 주관하던 중 신고서에 금리 기재를 실수해 결국 발행이 취소된 일도 있었다"며 "케이뱅크 주관사 선정전의 경우에도 계열운용사가 투자에 참여해 신한금융이 간접 주주가 됐는데도, 경쟁사인 카카오뱅크 주주인 KB증권이 거래를 수임했는데 이는 트랙레코드 부족 때문이라는 게 총평"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등 금융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원을 상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신한투자증권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우선 신한은행 내부에서 투자금융부서의 영향력이 줄어든 데다, 신한라이프나 신한캐피탈과 시너지효과도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투자금융부는 올해 초부터 본부에서 부서로 명칭이 변경됐다. 작년까지 신한은행은 장호식 투자금융본부 본부장 아래 투자금융부 및 투자금융팀이 속해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장 본부장이 최소 1년으로 예정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본부장 자리는 사실상 공석이 됐다. 현재는 김완택 투자금융부장이 기존의 본부장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이외에 신한은행 투자금융부 ‘키맨’들도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는 지난 경남은행 사태 이후 금융권 전반적으로 이뤄진 순환보직 조치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김영권 투자금융부장은 현재 런던지점 팀장을 맡았고, 장성은 글로벌IB추진부장은 글로벌사업추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성은 본부장은 과거 홍콩IB 시절부터 GIB에 몸 담아왔고, 김영권 팀장 역시 투자금융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꼽힌다.
과거 신한금융의 투자 활동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신한캐피탈이 현재 RWA 이슈로 투자 실탄이 부족한 점도 다소 아쉽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 말 신한금융은 GIB 체계를 개편하면서 신한캐피탈과 신한라이프가 제외됐다. 이에 신한 계열사라 하더라도 신한캐피탈의 출자를 안심하며 기대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 GIB그룹이 약해졌다는 평가는 작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 책무구조도 영향으로 강화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연스레 GIB 구심점이 되어야 할 신한투자증권의 역할에 다소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