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정기인사 후 사업전략 구체화하는 중
주주총회 후 변수 줄어들면 본격 움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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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말 연초에 걸쳐 정기 인사를 단행한 대기업들은 올해 사업계획 설정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분주하다. 사업 조정이나 자산 매각 등 세부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물밑에서 먼저 움직이기도 하는데 주주총회를 거쳐 내외부 변수들이 줄어든 후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M&A 자문사들도 기업의 사전 자문 요청에 응하면서 본격적인 출발 신호가 나오길 기다리는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연초는 M&A 자문사에 있어 춘궁기다. 채권 시장은 ‘연초 효과’를 기대하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M&A나 투자 관련 업무는 새해에 새로 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원이 바뀌면 기존 프로젝트가 연기, 재검토 혹은 무산되기도 한다. 작년처럼 상당수 기업이 ‘안정 인사’를 택한 경우에도 전체 사업 목표를 세운 후 세부 거래 전략을 마련한다. 기업도 자문사도 조용할 시기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한해 사업 계획과 세부 실행 목표를 완성해가는 시기라 아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자문사들도 아직 별다른 기업 관련 일감이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불황 장기화로 기업들은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조정에 힘을 써야 한다. 자문사들도 당장 분주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일감을 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각 그룹별로 내놓을 만한 기업이나 사업부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목록을 작성하고 기업 경영진과 임원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이다. 작년에 주요 딜 파이프라인을 해소한 곳일수록 올해 준비에 분주하다.
본격적인 M&A 거래들은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지나고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자문사들에 사업과 시장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지만 최종 거래 진행 의사를 확정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연초 경상적으로 이뤄지는 채권 발행은 평소대로 진행되지만 그 외의 자금 조달 방안은 기업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시간을 갖고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주주총회 이후에야 사업이나 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주총회 전에 기업이나 사업부 매각을 추진할 경우 임직원들이 동요하거나 거래처들과 관계 유지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사업 조정이 회사의 이익창출력이나 성장성, 주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헤지펀드 등 주주들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주주총회를 거쳐야 CEO와 임원들의 지위가 완성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기업들은 다음달까지는 대체로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각설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시장에 내놓을 것이 유력한 자산들에 대해서도 ‘시작될 때까진 시작된 게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장(IPO) 업무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전부터 상장 시점을 예정했거나 시도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은 거래는 일찌감치 진행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신규 거래는 ‘돌다리를 두드린’ 후에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을 비롯한 자문사들은 주주총회 시즌을 전후해 기업들의 거래 시도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진행될 잠재 거래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주관을 노리는 한편,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 발송이 이어질 것이라 보고 사전에 대비하기도 한다. 직접 진행하는 거래가 적어도 분주한 분위기다.
한 IB 임원은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분위기”라면서도 “당장 자문하는 거래는 많지 않지만 곧 쏟아져 나올 RFP 대응 준비에 숨돌릴 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