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냐 현금이냐…지배력 구성 감안시 비등한 구조
부채비율 3500% 효성화학도 영향…존속지주 자금부담
NF3·베트남 설비 유동화 통한 재무 안정화 작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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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계열 분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밑그림이 구체화하고 있다. 외견상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그룹 자산을 8대2로 나눠 가지는 구도지만 이어질 승계 등 지분 정리 과정에서 형제 간 비등한 경영 기반이 갖춰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주요 계열사의 사업 조정 거래가 계획대로 이뤄져야 할텐데 현재로선 효성화학이 복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효성그룹은 ㈜효성의 인적분할에 맞춰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 한창이다. 상반기 중 장남인 조 회장이 존속법인 ㈜효성을, 삼남인 조 부회장이 신설법인 '효성신설지주(가칭)'를 맡는 식으로 각각 기반을 마련하면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 승계와 친족간 독립경영 승인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은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TNS, 효성중공업, 효성ITX, FMK 등에 대한 지배력을 갖춘다. 분할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 효성토요타, 광주일보, HIS, 홀딩스USA, 비나물류법인 등을 지배한다.
순자산 기준 두 형제의 분할비율은 약 82대18이다. 장남인 조 회장 중심 승계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보이지만 일가의 지배력 구성을 감안하면 비교적 공평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이 나온다.
두 형제는 현재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효성 지분을 각각 21.94%, 21.42%씩 보유하고 있다. 공식적인 계열 분리가 이뤄지려면 인적분할 이후 형제간 지분을 맞교환하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친족 분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조 회장이 더 많은 자산을 확보하는 대신 조 부회장은 존속법인 ㈜효성 지분을 넘기며 두둑한 현금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인적분할 이후 각사가 변경·신규상장한 뒤 주가흐름을 따져봐야겠지만 8대2 비율에 맞춰 어림짐작하면 조 부회장이 약 3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어질 승계 과정에서 두 형제 모두 상속세와 주식양도세 등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계열 분리 이후 각 지주사의 재무 안정성 문제도 분할비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외 효성화학과 효성중공업 지분도 직접 보유하고 있다. 두 상장사 중 한 곳이 효성첨단소재와 함께 신설 지주 아래로 이동할 경우 효성화학을 품는 지주사의 재무 부담이 크게 뛴다. 지난해 9월 기준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3500%까지 치솟았다. 효성화학은 분할 전인 현재도 ㈜효성에 적지 않은 자금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에 효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성패가 효성화학 재무 안정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자회사의 폴리프로필렌(PP)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부실 문제로 지난 2년 내리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은행권에선 현지 공장이 가동을 계속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현재 진행 중인 삼불화질소(NF3) 분할 및 소수지분 매각 작업 외에 베트남 사업장의 매각 및 유동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지난 1월에도 1000억원 규모 추가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결국 지주사인 ㈜효성이 매입해야 했다"라며 "베트남 PP 설비가 ㈜효성의 자금 블랙홀이 된 터라 NF3 소수지분 매각이나 베트남 자산 일부에 대한 인수자를 마련해야 하는데, 계획대로 성사가 가능할지 대출기관의 우려가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
효성화학이 계속해서 ㈜효성을 비롯한 계열 전반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분할 이후 존속·신설 지주의 주가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형제가 각각 보유하게 될 양사 지분의 교환비가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존속·신설 지주가 각기 상장하고 나면 분할비율대로 주가가 결정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지분 상속, 당국의 친족 분리 승인까지 수년의 유예가 있겠지만 효성화학의 정상화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