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 영업 압박 거세…무료수수료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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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외화예금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파생상품 판매길이 사실상 막힌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충을 위해 외환서비스를 새 먹거리로 꼽은 까닭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에 시중은행까지 뛰어들며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 내부에서는 지나친 영업 압박에 직원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조만간 해외이용 특화 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환전수수료 무료를 기반으로 체크카드와 외화예금 통장을 만들 계획이다. 아직 공식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새 카드 출시를 마칠 예정이다. 앞서 하나은행이 해외 특화카드인 트래블로그, 신한은행이 SOL(쏠) 트래블카드 체크카드를 선보이며 은행권 경쟁이 심화됐다.
은행권 무료수수료 경쟁은 지난 1월 토스뱅크가 불씨를 지폈다. 토스뱅크는 지난 18일 금융사 최초로 환전시 수수료를 받지 않는 ‘환전수수료 제로’ 상품을 출시했다. 상품 공개 3주 만에 60만좌를 넘길 정도로 인기가 좋자 하나은행이나 신한, 국민 등 시중은행도 잇따라 해당 서비스에 가세했다. 앞서 관련 카드를 출시했던 하나은행은 카드 발급처를 전국 지점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잇따라 외환서비스 경쟁에 뛰어든 것은 라임펀드 사태 이후 사모펀드 판매길이 막힌 데 이어, ELS(주식연계증권) 판매 중단으로 비이자이익 수익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외환수수료 이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 전체 수수료 이익 중 약 13.8%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외환서비스가 빠른 시일 안에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무료 수수료를 내세운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오히려 시중은행들이 당장의 수수료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꼽히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은 외화예금 전략 수립에 고민이 깊다. 이미 앞서 외화예금 카드를 선보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여러 혜택들을 선보인 만큼 이와 차별화를 꾀할 만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환전수수료 면제 외에 연 2회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하나은행은 전국 주요 점포에서 신속 카드 발급 등을 주요 편의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은행별로 색다른 혜택은 물론, 수요층을 넓히기 위한 세부 전략을 짜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는 영업 압박도 심심치 않다는 전언이다. 지난 2022년 하나은행이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발급한 뒤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가세하자 은행권 내부에서 치열한 실적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탓이다.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수수료 무료를 앞세워 마케팅에 속도를 내는 점도 시중은행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새 상품을 내놓은 신한은행 역시 은행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영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카드사 1등’이라는 신한카드의 자존심과 ‘영업통’ 출신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의지가 맞물린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간 신한은행은 행원 내 ‘줄 세우기’보다는 일등신한이라는 자부심 속에 공격적인 영업은 지양하는 기업 문화를 표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취임 1년을 맞는 정 행장의 ‘영업력’을 중시하는 기조로 행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등 인터넷은행들이 리테일 방면으로 선전하면서 기존 은행들이 위축된 면이 있다”라며 “외화예금 역시 토스에 이어 후발주자인 만큼 파이를 뺏기지 말자는 일념으로 시중은행 전반적으로 실적 압박을 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