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들여다 봐
공통적으로 운용사의 투자 부실 드러날 수 있단 평
이지스·마스턴 겨냥하는 금감원 칼날…"제재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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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부동산PF 사익추구와 관련해 운용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섰다. 감사원은 이들에 자금을 대는 공제회를 대상으로 부동산 투자 부실을 살펴보고 있다. 서로 다른 사정기관이 들춰보고 있지만, 칼날은 결국 대형 부동산 운용사로 향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안에 따라선 업계 재편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부당한 사익 추구 행위에 대해 검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운용사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를 적발했다.
금감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금융투자 회사 운용역들은 개발 사업에 본인이나 배우자 이름으로 투자를 하고 개발사업이 끝난 후 몇 배의 투자수익을 거둬들였다. 이 뿐만 아니라 가족법인을 동원해 사업비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챙기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사익을 추구했다. 부동산 호황을 틈타 만연해진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부동산 운용사들에 대해서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 것으로 안다”라며 ”대형사 한 두곳에는 본보기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업계 최고로 꼽히는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작년 1~2월, 5월 한달여간 등 두차례에 걸쳐 금감원 검사를 받았다. 해당 검사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조갑주 전 대표의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턴투자운용에 대해선 지난해 6월 중순부터 7월 초순까지 금감원 검사가 진행됐다. 해당 검사에서 마스턴투자운용 최대주주인 김대형 대표가 가족법인을 이용해 국내 노른자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작년에 이뤄진 검사를 바탕으로 제재를 준비 중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두 운용사)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운용사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비단 두 운용사뿐 아니라 상당수 부동산 운용사들에서 해당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도 부동산운용업계에 대해서 ‘칼’을 갈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부터 공제회에 대한 사전감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다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감사에선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부실 등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감사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지스, 마스턴 등 대형 부동산 운용사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관련 투자 상당 부분이 이들 운용사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감사원의 칼날을 피하긴 쉽지 않다는 견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이지스, 마스턴 등 대형 운용사 출자규모가 전체의 절반까지 될 정도로 크다는 점에서 감사원에서도 이들에 대한 출자를 살펴볼 것이다“라며 ”투자 부실이 나올 경우, 금감원 검사와 맞물려 어려움이 가중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감원 검사와 감사원 감사가 금융기관들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함이란 관측도 나온다. 과거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같이 부실에 대한 책임을 독립계 운용사에 묻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오너가 있는 일부 독립계 운용사들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기관들도 자산운용사를 보유하고 있어, 금감원과 감사원의 대대적인 조사가 업계 지형을 바꿔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사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영향력이 작은 부동산 운용사들이 본보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주로 문제가 되는 곳들이 오너가 있는 독립계 부동산 운용사들인 만큼 사정기관의 대대적인 조사 이후에는 업계 지형이 바뀔 수 있다“라며 ”금융지주 및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재편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