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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민영화 및 사명 변경에 성공한 이래 회사는 단 한차례도 외부 사장을 선임한 적이 없다. 1997년 김재홍(4대), 2001년 곽주영(5대), 2004년 곽영균(6대), 2010년 민영진(7대), 2015년 백복인(8대) 사장은 모두 내부 출신 인사들이었고, 재신임이 거론되던 백복인 사장은 주인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강력한 입김 탓에 4연임을 포기했다.
회사는 결국 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지만 결국 또 내부 인사 가운데서도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히던 방경만 총괄부문장(수석 부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대했다. 방경만 부사장이 최대주주와 행동주의펀드의 견제 속에 가까스로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6번째 내부 출신 사장에 오르며 계보를 잇게된다.
아직 방경만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예단하긴 이르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5일 이사(이상현 FCP 대표) 추천을 철회했지만, 단일 최대주주 IBK중소기업은행이 직접 이사(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천했기 때문에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주주들은 총 3명의 후보가운데 2명을 이사로 선출한다. 이번 주총은 FCP의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여 집중투표제, 즉 선출하는 이사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도입됐는데 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방 사장의 이사 선임도 안심하긴 이르다. IBK와 FCP는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사실 KT와 포스코, KT&G에 이르기까지 민영화 3형제의 사장선임 논란은 해묵은 이야기이다. 회사 내부적으론 경영진 구성과 수장 교체가 가장 큰 화두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KT&G의 근본적인 현안에 주목하고 있다.
저조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일, 무엇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파격적인 노력들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고 이익 감소 추세는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해외시장 확장, 전자담배의 판매 호조로 매출이 성장하며 회사의 외형도 커지고 있으나 주식시장에선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국내 제 1의 담배·건기식 회사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주가는 10년째 제자리 걸음중이다. 심지어 회사가 앞으로 3년간 1조8000억원 배당, 1조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제시했음에도 투자 심리는 살아나지 못했다.
FCP를 비롯한 외부 투자자들도 이 같은 상황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고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이사진에 방경만 부사장, 최대주주의 추천인사 등 어떤 인물이 합류하든 기관투자자들이 KT&G를 외면하고, 투자자들이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는 기업이 된 데에 대한 배경과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담배가격 인상은 KT&G의 기업가치 상승의 성패를 가를 쟁점 중 하나다. 인삼 사업의 부진은 이미 상수가 됐고,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담배가격의 인상이 유일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갑에 대략 4500원인 담배가격은 2015년 인상된 이후 여전히 멈춰있다. 담배가격에 붙는 세금은 총 3319원(소비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09원, 폐기물부담금 24원), 판매가(4500원)는 회사가 산정한 가격이다.
담배가격의 인상은 소비자들의 불만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G 역시 내부적으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쳤고 실제 계획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실행에 옮기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기획재정부는 올해에만 수차례 담배세 인상에 선을 그었고, "총선 이후에도 담뱃값 인상 계획이 전혀 없다"며 못을 박은 상태이다.
KT&G의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외부 투자자들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정부의 주주환원 요구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방경만 부사장은 지난해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이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측면에서 이익이 적다고 본다"며 직접 발표했는데, 추후 CEO에 선임이 된다하더라도해당 방안을 재고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번째 내부 출신 사장, 카르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기업가치 및 실적 상승으로 존재감을 증명해야한다. KT&G의 새로운 CEO가 몇 안되는 선택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보게된다.
입력 2024.03.08 07:00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3월 06일 16: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