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교체폭도 커
이사진 쇄신 및 지배구조 안정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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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4대 금융지주들이 속속 사외이사 교체에 나서고 있다. 임기 만료 사외이사 세 명 중 한 명을 교체하면서, 전체 숫자도 늘리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예전과 달리 금융지주 사외이사 업무 부담이 늘어난 게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주요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잇따라 바뀌며 기존 사외이사 구성의 변화가 필요했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경영 구조 안정화를 위해 이사회 개편에 나섰다는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주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올해 교체된 인원은 약 7명이다. 임기 만료 대상자 23명 중 약 30%를 웃돈다. 자리가 늘어난 것까지 포함하면 신임 사외이사 수가 하나금융 네 명,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두 명, KB금융은 한 명이다.
교체 인원들은 주로 여성과 교수진들로 구성됐다. 하나금융은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과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우리금융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새로 추천됐다. 신한금융도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를 새로 추천했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수를 늘리는 것은 금융당국이 최근 내부통제 강화와 ESG 경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통해 금융지주 이사진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금융권에 각종 사건·사고가 많아진 데 따라 사외이사진을 쇄신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ELS(주식연계증권) 사태와 맞물려 내부통제 관련 이슈가 금융지주의 주요 아젠다로 오르면서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책임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의 업무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 이사회 내 소위원회 개수가 많아지면서 이사회 전 살펴봐야 할 자료의 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통상 한 금융지주 이사회에는 7~8개에 이르는 소위원회가 있다.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 통상적인 위원회 이외에도 ESG위원회나 내부통제위원회 등 최근 들어 새롭게 추가된 위원회들이 많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관례상 한 사외이사가 최대 3개까지 소위원회를 맡고 있다. 소위원회가 늘어나는 만큼 이사진도 증가하는게 자연스럽다는 평이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금융사는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민간회사의 사외이사와 업무 강도가 다른 편”이라며 “이사회 개최 전 소위원회 안건을 여러 차례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업무부담 등을 고려하면) 이사진 수를 늘려야하는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이 가장 많이 바뀌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사내이사를 기존 1명에서 2명을 더해 총 3명으로 확대했는데, 이에 따라 사외이사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전체 사외이사수를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이 사내이사를 확대한 점을 두고 안정적인 경영기반 확보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외이사 수를 늘린 것 역시 사내이사를 늘리며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혐의와 채용비리 관련 혐의를 두고 두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DLF 관련 소송 항소심에선 승소했고, 지난해 채용비리 관련 2심에선 패소해 대법원 항소가 진행 중이다.
함 회장은 선임 과정에서도 법적 이슈로 인해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이사회 개편은 내년 3월 연임을 앞두고 이사회를 개편해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만들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또 다른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금융사의 사외이사는 회장이나 은행장, 임원진들과 때로는 의견 대립을 일으켜야 할 때도 있고, 또 금융사 임원진들은 사외이사를 설득해야 하는 의무도 지니고 있다”라며 “전반적인 금융사 의사결정이나 지배구조 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