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에 북미 코어자산들도 가치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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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라이프생명보험(이하 신한라이프)이 과거 북미를 위주로 투자했던 해외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뉴욕 등 주요 도시의 공실률 및 오피스 가격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향후 만기 상황에 따라 손실 확정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라이프가 지난 2014년부터 투자한 해외부동산 내역 가운데 60% 이상이 미국 자산으로 구성됐다. 주로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성격) 위주의 투자로, 미국 뉴욕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거나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기관이 운영하는 펀드에 대출이나 지분투자를 단행한 건들이다.
신한라이프생명은 과거 ING생명보험 시절부터 해외 대체투자를 이끌었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14년 ~ 2015년 무렵 당시 국내 보험사 중 해외부동산 분야 메자닌 투자를 가장 활발히 단행한 곳 중 하나다. 실제로 과거 투자내역을 살펴보면 2015년 투자건이 6건, 2016년에 14건이 잡혀있다. 다른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해외 대체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8년 전후다.
국내에서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보험사들이 2010년 중반부터 해외부동산 투자를 슬금슬금 시작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초저금리 시대에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아 국내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해외부동산에 뛰어들어 시장이 과열됐다. 이와 비교하면 신한라이프는 국내 해외부동산 투자를 초창기부터 시작한 기관투자자로 볼 수 있다.
그랬던 신한라이프가 최근 북미 오피스 시장 하락세로 자산가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북미 위주로 쌓아왔던, 당시엔 ‘우량자산’으로 꼽히던 포트폴리오들이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가치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인 까닭이다.
최근 북미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침체기를 넘어 폭락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직원들의 원격근무가 늘어나 공실률이 치솟았고, 엔데믹 시기에도 원격근무가 기본 근무방식으로 자리를 잡으며 오피스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곧 미국 오피스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주요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채권이 50%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80% 할인된 가격으로 오피스 급매가 나오고 있다.
신한라이프 역시 2014년부터 투자한 내역 가운데 약 60%는 현재 자산가치가 하락한 상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북미에서 투자한 자산이다. 특히 삼성SRA자산운용의 미국 오피스 펀드의 자산가치 하락이 두드러진다. 2016년 설정한 미국 오피스 메자닌 펀드의 기초자산 가운데 두 곳이 현재 공실률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고, 2018년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의 기초자산을 담은 펀드 역시 약 24% 이상의 자산가치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펀드는 만기가 2026년 8월로, 남은 기간까지 자산가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손실 확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한라이프는 과거 미국 오피스 등 우량자산을 기초로 설정한 메자닌펀드에 투자한 사례가 많은데 10년 고정금리 3~4% 정도로 설정된 경우도 있다”라며 “환헷지를 감안하면 1%대에 그치는데 현재 금리상승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낮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한라이프가 미국 우량자산을 위주로 메자닌 성격의 투자를 선호했다는 점에서 손실확정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순위 위주의 메자닌 투자는 에쿼티(지분) 투자자보다는 그나마 위험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한라이프뿐만 아니라 해외부동산에 투자했던 기관투자자들은 현재 대부분 자산가치 하락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만기 연장이나 추가 출자 등의 방안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부동산 자산 중 20%를 관리자산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라며 "기초자산이 양호한 경우 추가출자 등을 통한 정상화를 추진하고, 그렇지 않은 자산은 효과적인 엑시트 전략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