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보험사들 주주환원 늘어날까 기대했지만
예상 밑도는 배당금 공개하며 실망 커지는 분위기
'"IFRS17 도입으로 순이익은 늘어났지만 체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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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배당 공시나자마자 다 팔아버렸어요"
저PBR주 장세에서 부상했던 손해보험주 주가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는 금융당국의 기조상 주주환원이 확대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자 실망감에 매물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보험사로 꾸려진 KRX 보험 지수는 지난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 떨어졌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됐지만 유인책 등 실효성 있는 세부정책은 담기지 않았고 보험사들의 배당금 또한 기대를 밑돌았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보험사들의 주가는 상승가도를 달렸다. 대표적 저PBR주인 한화손보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직전 한달간 주가가 무려 40% 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이 배당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접으면서 보험 투자자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특히 손보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기 충분했다.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보험사들은 기존엔 부채로 인식했던 장기보장성 보험 계약을 매 분기마다 CSM 항목을 통해 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익 규모가 커진 만큼 배당도 오르는 게 자연스런 수순처럼 보였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회계제도 변경 효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53개 보험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11조4225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의 주가가 대부분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생명·화재 등 시가총액이 높아 주가 변동이 적은 종목들은 물론 재무건전성 이슈로 3~5년간 배당을 하지 못한 한화금융 계열사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면서다.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어낼만한 유인책은 보이지 않았다. 배당에 대한 법인세 공제, 주주 배당수익 분리과세 등 증권가에서 기대하던 강력한 세제지원방안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고 '강제 공시' 역시 없었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발표한 배당금은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했다. 빅3 손보사 중 한 곳인 현대해상은 주당 2063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 배당성향이 27%에서 20%로 오히려 하락했다. 한화손보는 5년만에 배당을 재개했지만 주당배당금은 200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250원을 밑돌았다.
역대급 실적을 낸 삼성화재는 주당배당금이 1만6000원으로 결정되며 배당성향이 대폭 하락했다. 삼성화재의 배당성향은 지난 3년간 45~50%를 기록 중인데 이번에 37%까지 떨어졌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1조8000억원에 이르지만, 배당금 증가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관련업계에선 삼성화재 등 일부 보험사에서 주주환원 의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지만 기업설명회 등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단 평가다. 지난달 있었던 삼성화재의 2023년 연간 실적 발표회에선 한 참석자가 "투자자들의 답답함을 전한다"라며 삼성화재의 중장기적 주주환원 정책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대해상은 배당 확대를 통해 주가를 높일 요인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의 승계가 남아있다. 정몽윤 회장이 보유한 지분(22%)을 물려주려면 현대해상 주가가 높을 유인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그간 보험사들의 주가가 대폭 올랐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내놓는 주주환원 정책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