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텔, 첨단제조 부활 전략 첫선…지형 변화 본격화
삼성전자엔 양면전쟁 격…메모리·파운드리 끼인 구도
HBM發 인력 이탈 속 현지 보조금·인력 유치전까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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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중물을 대고 인텔이 맞장구를 치며 본격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3파전이 속속 검증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3년 TSMC·삼성전자·인텔이 각자 기술 로드맵에 따라 수십조원을 쏟아부어 온 만큼 올해부턴 마땅한 성과를 내놔야 한다.
메모리에서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야 하는 삼성전자로선 양면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대 전선 모두 고객사 확보, 인력·보조금 유치 경쟁부터 곳간 관리까지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분기 TSMC의 매출액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1.2%를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3%로 양사 격차는 약 50%포인트 수준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9위로 이름을 올렸던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작년까지의 시장 지표로 보자면 여전히 ▲압도적 1위 TSMC ▲유일한 대안 삼성전자, ▲추격 가능성을 의심받는 인텔 사이 3파전 구도가 여전한 모습이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ASML 신형 장비를 입도선매한 인텔이나, 3나노미터(nm) 선단공정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는 삼성전자나 TSMC의 독주에 맥을 못 추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올해부터 3사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예정이다. 3년 전 미국이 반도체법을 제정하며 끌어낸 3사의 현지 신규 공장(팹)은 올해부터 순차로 가동에 들어간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하면서 그 지형 변화를 올해부터 체감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3사는 미국 신규 팹 증설에만 120조원 가까이를 쏟아부었는데, 각기 확보한 미국 정부 보조금과 고객사 주문에 따라 회수 성과, 시장 점유율에서 성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인텔이 3년 전 TSMC와 삼성전자 기술력을 따라붙기 위해 공정 전환 주기를 단축한 로드맵을 내놨는데 올해가 원년"이라며 "TSMC의 지배력이나 대안으로서 삼성전자 입지가 여전하지만 인텔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정에서 검증을 마칠 경우 3사 구도가 서서히 바뀔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엔 양면전쟁인 구도다.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부상하며 메모리 반도체 왕좌가 흔들리게 됐다면 올해부턴 파운드리 대응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HBM과 파운드리 양대 전선에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끼인 입장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인텔보다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3년 기술 우위가 희석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전략만 놓고 보자면 삼성전자나 인텔이나 수십조원을 들여 선제적으로 팹을 지어둔 만큼 고객사 주문이 따라줘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기반 3nm 공정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사업 성패는 결국 수주에서 가려지기 때문이다.
달리 보자면 삼성전자나 인텔이나 TSMC만 찾는 큰손들을 모셔와야 한다는 점에서 우열을 따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지배적인 팹리스는 여전히 TSMC를 찾고 있다. AI 반도체 시대 들어 TSMC의 지배력은 전보다 더 공고해지고 있다. 최근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익명의 고객사로부터 AI 반도체 확보를 위해 10개 가까운 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선 익명의 고객사가 오픈AI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일찌감치 인텔 파운드리의 부상을 점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수십조 단위의 칩을 주문할 수 있는 대형 팹리스는 모두 미국 기업이고, 미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인텔을 밀어주고 있다. 최근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8나노 공정에서 20조원 규모 일감을 따냈다. 미 국방부는 조 단위로 인텔의 파운드리 발주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 정부도 인텔의 신규 팹에 조 단위 지원금을 투입해야 한다. 어렵게 지은 인텔 공장을 가만히 세워둘 리 없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D램 왕좌가 여전했다면 삼성전자도 재차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겠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D램 지위가 위태로워지면 파운드리 경쟁에 투입할 재원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메모리 경쟁사들도 HBM 시대 들어 삼성과 격차를 뒤집기 위한 공세가 거세다. 최근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을 빼가는 상황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업계 내 시각은 삼성전자가 인재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AI 역량 확보를 위해 직접 영입한 인력이 학계로 복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진다.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인력 이탈로 고심이 큰데 비상경영 상황이라 잡아두기 힘든 상황으로 전해진다"라며 "메모리, 파운드리 양면으로 전력이 분산된 상황에서 보조금 등 미 정부 지원을 끌어내고 인력을 유치하고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올해 이후 파운드리 3사 지형 변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확실히 늘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