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측 주당 5000원 배당안 가결
'1승 1패'지만 사실상 '영풍 영향력 확인'
'이제 시작' 두 집안 경영권 갈등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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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영풍 측의 반대로 일부 안건이 부결되면서 창업주 집안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배당안은 고려아연 측의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신주발행 확대안을 담은 정관변경의 건은 통과가 무산됐다. 영풍의 영향력이 확인되며 앞으로 ‘최씨가(家)’와 ‘장씨가’의 경영권 갈등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9일 고려아연은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023년도 재무제표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이사·감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 등을 상정했다.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2%,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약 32%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어 이날 주총 표 대결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1949년 공동 창업 이후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은 이번 주총에서 처음 표 대결을 벌였다. 주주 참석률이 90.31%에 달했다.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 측은 2건의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1주당 5000원 배당안에 대해 참석주주의 62.74%가 찬성해 가결됐다. 지난달 고려아연은 5000원의 결산 배당(중간배당 포함 시 1만5000원) 방침을 공시한 바 있다.
영풍 측은 배당액이 전년(2만원)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배당금을 늘려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1호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면서 가결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됐다.
2-2 안건으로 올라온 정관 변경의 건이 53.02%의 찬성을 받았으나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이 안건의 핵심은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며 이차전지 소재 등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금 확보 등을 위해 정관 변경이 필요하단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영풍 측은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지분이 희석되면 영풍 측의 지분율은 줄어들고, 고려아연 측은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이사 선임의 건'인 3호 의안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지분 7.4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이 상정한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관 변경이 부결된 것이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뼈아픈데, 앞으로 특별 결의를 요구하는 건이 있을 때 영풍 측에서 반대를 하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영풍의 영향력을 확인한 계기가 되면서 경영권 갈등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