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지주 남기고 화재·증권 상장 폐지하며 배당 20배 올려
명분은 '주주환원'…자사주 소각으로 대주주 지분율은 상승세
기업가치 제고에 사활 거는 이유 두고 시장서 의문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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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고액 배당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1년새 수령 배당금이 20배나 올랐다. 주주환원을 위해 잇따라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지분율도 상승 중이다. 통합 메리츠의 최대 수혜자가 조정호 회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메리츠금융이 기업가치 제고에 사활을 거는 이유를 두고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23년 회계연도 결산 배당금으로만 2307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3237억원) 다음으로 높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그룹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명예회장(1781억원)보다도 더 많은 배당금을 수령하게 됐다.
메리츠금융지주의 배당 확대로 조 회장의 수령액은 전년 대비 20배 늘었다. 메리츠지주의 작년 현금 배당 총액은 4483억3400만원으로 2022년 127억2000만원에서 크게 늘었다. 이에 조 회장의 배당금도 103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늘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통합 메리츠 출범을 앞두고 '당근'으로 제시한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덕분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한 뒤 상장폐지시킬 것을 밝힌 한편, 배당성향을 50%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관련업계에선 조 회장이 주가 희석을 최소화한채 각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다고 봤다. 메리츠금융지주를 제외한 화재 및 증권 주주에게만 지주 신주를 발행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구조상, 신주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한 뒤에도 조 회장의 지분율은 46% 이상을 유지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화하고서도 그룹에 대한 완전 지배가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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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통로가 메리츠금융지주로 일원화되면서 최대주주인 조 회장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고액 연봉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지주 회장직에서 사임했다가 메리츠지주 회장직으로만 복귀했다.
아울러 메리츠금융지주가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약속하면서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높아지고 있다. 메리츠지주는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잇따라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PER 10배가 될때까지 지속하겠단 입장이다.
그 수혜는 조 회장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경우 발행 주식수가 줄어 주주의 지분율은 높아진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의 지분율은 1년새 48%로, 2%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메리츠금융이 기업가치 제고에 사활을 거는 데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회장이 "승계는 없다"고 꾸준히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의문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지주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가는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조정호 회장의 지분 가치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