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이슈 들여다 볼 듯
중앙회장 인사권과 직결된 이슈
어느쪽에 힘 실릴지 결과에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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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농협 지배구조를 ‘정조준’했다. 농협 조직은 ‘신경분리(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 이후에도 중앙회가 농협금융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다. 금감원에선 해당 부분을 들여다 볼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금융권에선 중앙회장의 지나친 인사 개입이 개선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하지만 해당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어떤 결론을 낼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중앙회장의 국회 내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달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수시검사 및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주요 검사 사항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에 인사 등 지배구조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농협뿐 아니라 4대 금융지주에 계열사 인사에서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특히 농협의 경우 중앙회의 입김이 강하다 보니 전문성 보다는 중앙회장, 조합장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장이 사실상 농협금융지주 인사권을 가진 구조다 보니 회장에 따라 인사가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심지어 지역조합장들조차 금융지주 인사에 영향을 주는 판국이다”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은 농협법에서 중앙회가 비단 경제지주뿐 아니라 금융지주까지 지도, 감독해야 한다는 법에 근거한다. 농협법에서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다 보니 당연히 인사권을 통해서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관리 감독이 이뤄진 바가 크다.
무엇보다 중앙회장이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다 보니 비단 중앙회장뿐 아니라 지역 조합장의 영향력도 인사에 반영되는 상황이다. 중앙회장이 어느지역 기반이냐에 따라서 해당 지역 출신 인사들이 농협 조직 전반에 중용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조합장의 경우 출신 인사들이 몇몇 중앙회 및 금융지주 산하에 포진되어 있는지 챙기는게 주요 일이다”라며 “해당 조합장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지역 출신들을 얼마나 우대했는지로 갈린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지해서 금융지주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금융지주에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은행에선 업무상 배임으로 1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까지 불거진 바 있다.
다만 신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 얼마나 개혁이 가능할지는 두고볼 이슈다. 강 회장은 취임식에서 금융부문을 강조한 바 있다. 강 회장은 ”금융부문 혁신과 디지털 경쟁력을 증진해 농축협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상호금융 업무영역을 확대해 모든 고객이 어느 농협에서나 한 번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호금융 자산운용 시스템 전문성을 강화해 운용 수익률을 개선하고 농축협에 수익배분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농협의 발전의 주요 축으로 금융을 꼽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권에 제약이 생기면 금융에 대한 지배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중앙회 구조상 금융지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중앙회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금융에서 영향력 확대는 조직 장악을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중앙회 지배구조를 정조준 했지만, 실질은 법이 바뀌어야 하는 이슈다”라며 “중앙회장 인사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개선되지 않는 것도 국회가 해당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이 금융 전문성 강화란 명분에선 앞서지만 실제 결과는 신통치 않을 수 있다. 특히 총선 등 정치지형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금감원의 주장은 묻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국회의원들을 움직여야 하는 부분인데 해당 부분까지 금감원이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결국 총선 등 정치적 이벤트 앞에서 금감원이 얼마나 농협 지배구조를 파고들어갈지 지켜 볼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