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한 NH·키움證…평균 주가 31%↑
배당 확대한 삼성·대신證…평균 주가 17%↑
관심은 주총 이후로…"배당 확대만으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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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증권사들의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가 본격화한 가운데, 올해 주총 안건의 핵심으로 '주주환원'이 꼽히고 있다. 주주들은 현재 증권사에 배당은 기본이고,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는 자본축적과 이익률(ROE)이 우선'이라던 과거의 기조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현재 시장은 자사주 소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총 이후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동안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주총에서 시가배당률 5% 이상의 고배당을 의결하는 주요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이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시가배당률 5%를 고배당주의 척도로 삼는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대신증권의 시가배당률은 각각 6.7%, 5.4%, 7.4%다.
배당 확대 외 또 다른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히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발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약 13년 만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한다.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즉각 반응하고 있지만, 시장은 자사주 소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증권사의 전통적인 주주환원책인 배당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단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의 주가는 올해 1월 2일부터 3월 20일까지 평균 약 31% 상승한 반면, 배당 규모를 확대한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은 같은 기간 평균 약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증권은 올해 시가배당률이 5%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4.84%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엔 부족하단 분석이다. 다른 고배당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대의 시가배당률을 유지한 데 더해 13년 만에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 크단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매년 자사주 활용 방식을 두고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신증권은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지만, 이를 최대주주 일가와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자사주 9만8695주를 처분해 이어룡 회장과 임직원 39명의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이런 주주들의 요구는 이전의 흐름과는 확실히 다른 기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는 자기자본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나뉜다.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이, 4조원을 넘어서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배당에 후하지 않았고, 자기자본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주주들도 이전까진 증권사의 이러한 자본정책에 순응하는 모양새였다. 사업영역을 늘리고 더 많은 모험자본 투자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제고하는 데 더 무게를 뒀다. 순이익 규모가 커지면 자연히 배당도 늘 것이며, 금융회사 중에선 증권사가 유일한 성장산업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는 그간 주주들이 양보해준 자본을 임직원들이 성과급 잔치하는데 썼다는 '신뢰상실'에 기인한 부분이 없지 않다"며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급성장하던 증권사들의 성장성이 2022년 이후 꺾이며 자연스레 주주환원으로 관심이 옮겨간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주총 이후 주요 증권사들의 행보로 모이고 있다. 그동안 자본 감소 우려로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었던 증권사들이, 배당 확대 외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지 여부다. 아직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눈치싸움'을 하고 있지만, 5월 중 정책이 구체화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신증권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약 26%에 달하지만, 최근 10년 간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6년 자사주 전량을 계열사인 삼성생명에 매각한 뒤 현재까지 자사주 매입 없이 배당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간담회에 패널로 참석했던 한 인사는 "자사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인 동시에 자사주 활용을 두고 변수가 많아 소각하는 것이 확실한 주가부양책이 될 수 있다"며 "밸류업 세부 가이드라인을 두고 아직 논의 중에 있지만, 자사주 소각이 전면으로 부각되면 그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