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업이나 외화예금 등으로 돌파구 찾지만
당장 수익창출 길 어려워…비이자이익 확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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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의 오랜 과제로 꼽히는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올해에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이은 홍콩ELS(주식연계증권) 사태의 여파로 고위험상품 판매의 길이 막힌 가운데, 대체 상품 발굴은 늦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자산관리 사업이나 퇴직연금, 외화예금 등 수수료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고안하고 있지만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시장 파이를 늘리기 위해 당장의 ‘제 살 깎아먹기’가 예고되고 있어 수익보다는 비용 증가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지주 실적 전망은 지난해 말 대비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당장 1분기 순이익부터 실적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금융지주 순이익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약 4조63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LS 관련 충당금은 반영하지도 않은 수치다.
핵심 수익원의 후퇴가 두드러진다. 이자수익은 기업대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수수료수익 등 비이자수익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작년 한 해 국내 주요 5대 은행의 영업이익 가운데 이자수익 비중은 무려 93%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비이자수익 확대는 오랜기간 은행권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이자수익은 금리 등 시장상황 변동에 따라 변화폭이 크기 때문이다. 비이자수익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이 필요한 배경이다.
하지만 그간 은행들의 비이자수익 확충 전략은 항상 역풍을 불러왔다. 파생결합펀드 사태, 라임펀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올해도 ELS 사태에 발목이 잡혀있다. 그간의 역풍이 겹치고 겹치며, 고위험상품 판로가 사실상 거의 막혀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판로가 막힌 ELS 대신 원금보장이 되는 ELB를 대체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엔 예금과 크게 차이가 없는 금리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의 파생 금융상품을 가입할 유인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대체 상품이 부재한 가운데 은행들은 올해 자문업 확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자문업을 통해 WM(자산관리)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권의 자문업 도입이 당장 수수료 수익 창출에 실질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실제 자금을 투자해주는 일임업과 비교해 자문 수수료를 받기가 은행 입장에선 쉽지 않아서다. 국내 정서상 자문수수료를 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데다, 자문만 받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은행으로서도 수익을 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자문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투자일임업'까지 진출해야 한다. 다만 이는 현 시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긴 어렵다는 평가다. 당장 금융당국이 은행의 일임업 진출에 회의적이다. 게다가 이번 홍콩ELS 사태를 겪으며 '시기상조'라는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막상 투자일임 진출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해당 시장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은 대형 증권사와 견줘 고객 응대 경쟁력을 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퇴직연금, 외화예금 등 은행권의 수수료수익 사업이 갈수록 ‘레드오션화’ 되는 점도 적지 않은 고민이다.
얼마전 하나은행의 뒤를 이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외화예금 서비스에 발을 들이거나 서비스 시작에 시동을 걸고 있다. 외화예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라운지 무료 등 여러 혜택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잡히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품권 제공 등의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규제나 고금리 속 저성장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대출성장에 따른 이자이익의 증가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비이자이익 실적 역시 개선되기가 쉽지 않아 올 한 해 금융지주의 전반적인 실적은 작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