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첫 임원인사 단행
서울·경상도·전라도 출신 선임
지역안배 했지만, 앞으로 인사에서 PK에 힘 실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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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년만에 경남출신 농협중앙회장(중앙회장)이 당선되면서 농협 지배구조 및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를 살펴보고 있음에도 불구, 중앙회 안팎에선 강 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수정권 아래서 PK 중심으로 인사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임 이성희 회장 시절 ‘탕평 인사‘ 체제는 이젠 옛말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2일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단행했다. 중앙회 2인자 자리로 불리는 부회장에는 지준섭 전 NH농협대표가 선임됐다. 지 부회장은 서울 출생으로, 서울 배문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농협중앙회 비서실장, NH농협은행 부행장 등을 거쳤다.
상호금융대표에는 여영현 전 농협네트웍스 대표가 선임됐다. 여 대표는 경상북도 고령군 출신으로 대구 달성고와 경북고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중앙회에서 예금자보호기금 사무국 팀장과 울릉군지부장, 농협재단 사무총장, 상호금융 상무를 역임했다.
농업경제대표에는 박서홍 전 농경제지주 식품가공본부장이, 조합감사위원장에는 박석모 전 경남무역대표이사가 선임됐다. 박서홍 농업경제대표는 전라남도 해남군 출신으로 목포고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농협 전남본부 농촌지원단장, 농정홍보실장, 해남군지부장, 농협경제지주 자재부장 등을 지냈다.
박석모 조합감사위원장은 강 회장과 같은 지역 연고다. 마산상고와 방통대 법합과를 졸업했으며, 농협은행 농업 공공금융본부장, 기업고객본부장과 경남무역 대표 등을 역임했다.
겉으로는 일정 부분 지역 안배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기류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조합을 관리 감독하는 조합감사위원장에 동향 출신인 박석모 위원장을 선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 회장이 사실상 친정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협 내부에서는 김병원, 이성희 중앙회장을 거치면서 PK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재작년 보수정권이 들어섰고 이어 PK 출신이 중앙회장으로 선출된만큼, 인사에 일정 부분 기존 추세와는 다른 반대급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이 이성희 회장 시절에는 경기 출신인 이 회장이 ’탕평 인사‘를 강조했다. 작년 연말인사에 이 회장은 농협은행 부행장 인사에서 강원1명, 경남 1명, 경북 2명, 인천 1명, 경기 1명, 전남 1명, 전북 1명, 충남 1명 등으로 각 지역 출신들을 중용했다. 여성 부행장도 1명 발탁하면서 다양성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강 회장 체제에서도 이런 인사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정권 하에서 PK 출신 회장의 영향력은 그 어느때보다 막강할 것이다“라며 ”인사에서 그런 점 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농협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에서 인사 잡음도 강 회장의 영향력이 본격화하는 과정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수를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들었다.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다양성을 확보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주문과 반대로 가는 결정이란 평가다. 일각에선 사외이사 숫자가 줄어든 배경으로 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 관계자는 “추가적인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중인 만큼 아직 사외이사 수가 줄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4월 중으로 새 사외이사를 추천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인사 관련 이슈는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를 살펴보고 있는 와중에 벌어졌다. 17년만에 직선제로 뽑힌 중앙회장인만큼, 강 회장이 당국의 견제에 위축되지 않고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평가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농협중앙회를 살펴보더라도 지배구조 개편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보수정권 하에서 강 회장 체제가 힘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