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규모 증가 예상…출자 및 투자 제약 가능성
크레딧펀드 선호도 높아질까…분기 배당 주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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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주식연계증권) 배상규모가 구체화되면서 은행권 지분 출자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비상등이 켜지면서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출자 펀드 역시 크레딧펀드 등 중간 배당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형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ELS 최대 판매은행인 KB국민은행의 상반기 배상규모는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인 4조7447억원을 기준으로 투자자 손실률 50%, 배상비율 50%로 단순 계산한 결과다. 손실 배상비율에 따라 배상규모가 약 4700억원~1조1800억원 사이에서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은행은 배상금이 확정되면 1분기에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타 은행들 역시 배상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률 50%, 배상비율 30%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2077억원, 하나은행은 1130억원을 배상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자율배상을 결정한 우리은행은 배상비율을 40~50%로 산정해 최대 100억원 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은행 투자팀에서는 과거보다 펀드 출자 등의 제약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도 축소의 가능성은 물론, 크레딧펀드 등 RWA 관리에 다소 용이한 펀드 유형의 출자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딧펀드는 그간 사모펀드(PE)들이 흔히 실행했왔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전략)을 제외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전략이나 PDF(사모대출펀드), 소수지분 투자 등을 활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에쿼티(Equity) 외에 CB나 BW 등 여러 형태의 투자가 포함되므로 위험가중자산이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은행 내 에쿼티 투자의 경우 RWA는 400%로 잡힌다. 일반적인 대출(100%)보다 4배 높다. 만약 크레딧펀드가 대출로만 이뤄질 경우 이론상으로 100%로 책정될 수 있는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펀드 형태 역시 만기에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 제이커브(J-Curve) 형태보단 중간중간 이자를 받는 픽스드인컴(Fixed Income)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통상적으로 PE들이 운영하는 바이아웃 펀드는 수년에 걸쳐 기업가치를 올린 후 매각이나 IPO(기업공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만큼 제이커브 형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일시적인 수익 감소가 수반되므로 RWA 관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앞으로는 일반적 형태의 성장형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실적을 담보로 분기 배당이 가능한 픽스드인컴이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 관계자는 “당장 상반기까지 정해놓은 투자 한도가 바뀌긴 어렵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출자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라며 “정기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투자 형태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WA 관리가 중요한 까닭은 은행권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하다는 의미다. 만약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RWA는 늘고 순이익은 감소하면 CET1 비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융지주의 자본비율 관리를 당부하고 있어 은행권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은행권의 인수금융이나 대기업 대출 업무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함께 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블라인드펀드에 금액을 출자하는 행위가 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