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우려 속 시중銀이 증권사보다 공격적 영업
금리 낮춰주고 만기보유 늘리고…대응 힘든 증권사
여신확대 압박에 대출경쟁이 인수금융 옮겨붙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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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거래가 종적을 감추는 가운데 은행권의 인수금융 주선 영업은 더 치열해졌다. 금리가 떨어지며 증권사가 공격적 영업에 나설 발판이 마련되는가 했지만 시중은행 존재감이 더 두드러진다는 평이다. 자산 성장이 마땅치 않은 시기에 기업 여신을 늘려야 하는 시중은행의 사정이 인수금융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 M&A 시장에선 5000억원을 넘긴 거래가 전무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쌍용C&E는 공개매수 방식이었고 매각 대신 합작법인(JV)으로 선회하는 거래가 늘며 새로 인수금융을 일으킬 만한 거래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였다.
그나마 1분기까진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딜(Deal) 기근으로 인한 일감 부족을 막아줬다. 1분기 인수금융 거래 70% 이상이 리파이낸싱(차환)이었다. 이자 부담을 줄이는 목적 외 부족한 운영자금을 확보하려 한도대출(RCF)을 늘이기 위한 거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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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주선사들은 물밑에서 진행 중인 거래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은행권 영업 전략이 달라졌다.
통상 시중금리가 치솟을 땐 조달 금리나 자본력에서 앞서는 은행권의 주선 경쟁력이 돋보이게 된다. 2년 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했을 때도 대형 증권사들이 시중은행에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질 땐 워험 감수에 특화한 증권사들이 공격적 영업에 나서기 유리한 발판이 마련된다.
그런데 금리가 떨어지는 요즘 시중은행들이 증권사보다 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년 7%를 넘던 인수금융 금리가 이제 막 6% 후반까지 내려왔는데 시중은행이 그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HMM 매각전처럼 인수대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메우는 구조도 마다하지 않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단 구성부터 재매각(셀다운)까지 고려하면 금리를 낮춰주는 게 마냥 능사도 아니고, 은행 입장에선 담보대출비율(LTV)이 높아질수록 부담이 클 텐데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인수전에서 보듯 은행과 증권사 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은행권이 대출 영업하듯 경쟁적으로 나서니 위험 감수라는 증권사 고유 강점이 희석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주선 과정에서 인수한 자산을 재매각하는 대신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 물량도 늘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금융 주선의 경우 원래 투자은행(IB)과 상업은행(CB)이 반반 섞인 사업으로 통하지만 주관·인수부터 재매각을 통한 수수료 이익이 기본이다. 직접 차주로 남아 이자 이익 비중이 높아지면 일반적인 기업 대출 영업과 차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재매각을 못해 어쩔 수 없이 끌어안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북(book)이 묶이는 만큼 패널티를 받는다"라며 "북이 큰 은행들이 6% 초중반 금리를 부르고 주선 물량 40% 이상을 만기 때까지 보유하고, RCF까지 달라는 대로 열어주면 증권사 입장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의 여신 확대 압박이 인수금융 시장까지 옮겨붙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 성적표는 기업 대출 실적에 따라 지각변동을 거쳤다. 하나은행이 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결과가 순위 변동으로 나타나자 KB·신한은행 등 경쟁사의 리딩 경쟁에 재차 불이 붙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기업 대출에서 시작한 경쟁은 연초 롯데그룹이나 최근 신세계건설의 PF 펀드 지원을 거치며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려 담을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물색하다 보니 인수금융에서도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신한은행이 구조화금융을 통해 CJ올리브영 지분 인수 지원에 나서거나 현재 여신 한도가 찬 SK온의 추가 차입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경쟁사들이 인수금융 주선 과정에서 만기보유 물량을 얼마나 뺴두는지 등 주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라며 "원래도 우량자산에 한해서 재매각 대신 직접 보유하려는 요구가 있었지만 시중은행 순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좀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