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경찰공제회 CIO 선임에 쏠리는 눈
늘어난 대체투자 비중에 내부 인사 필요성↑
다양한 경험 부족·암묵적 카르텔은 걸림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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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CIO(최고투자책임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부 공모를 통한 CIO 선임보다 내부출신이 각광 받고 있다. 그 변화에는 내부 직원들의 요구와 높아진 전문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칫 ‘그 나물에 그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와 경찰공제회가 나란히 CIO 선임 작업에 나서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현직 CIO의 재선임 여부, 경찰공제회는 창사 이후로 처음으로 내부출신 CIO가 배출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결국 CIO 선임에서 주요 이슈는 내부에서 누가 되느냐로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 현재 주요 연기금의 CIO 풀만 살펴봐도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 정도가 철저하게 외부공모를 통해서 CIO를 선임할 뿐 다른 연기금, 공제회들은 점점 내부출신들의 승진 코스로 CIO가 각광받는 모습이다.
일단 50조원의 자산을 굴리며 공제회 중에 큰 손으로 불리는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내부 출신인 박민수 CIO가 이끌고 있다. 박 CIO는 교직원공제회 대체투자 부장, 금융투자 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수십년간 교직원공제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에 박양래 CIO, 건설근로자공제회에 이상민 CIO도 내부출신이다. 박 CIO는 리스크관리센터장을 이 CIO는 증권운용팀장 등을 역임했다.
사학연금의 전범식 CIO는 내부출신이긴 하나 외부 경험도 두루 갖춘 케이스다. 전 CIO는 사학연금에서 대체투자 업무를 맡다가 현대증권에서 투자금융본부장, SK증권 PI본부장을 역임했다. 사학연금이 내부출신 인사를 CIO로 선임한 것은 창립 49년 만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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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공제회뿐 아니라 주요 연금 CIO의 상당수가 내부출신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그 배경으론 업력이 쌓이면서 내부에서도 충분한 전문성에 자신감이 생긴 부분이 거론된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업력이 쌓이면서 내부에서 굳이 외부 출신을 CIO로 앉힐 필요성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졌다“라며 ”한편으론 내부에서도 다양한 투자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내부출신이 CIO 자리에 오르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서 대체투자 비중이 커진 점도 그 배경의 하나로 거론된다.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대체투자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투자금액은 164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주식(148조원)보다도 높은 수치다. 2019년 84조원, 2020년 90조원, 2021년 119조원, 2022년 146조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투자를 이해하는 CIO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국내 대체투자의 경우 전통자산 대비 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란 점에서 내부출신이 등용되는 이유로 거론된다. 특히 국내 대체투자 분야는 연기금, 공제회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이끌었던 분야다.
한 연기금 출신 관계자는 “CIO들이 전통자산뿐 아니라 대체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해당 경험을 쌓은 내부출신들이 중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내부로의 지나친 쏠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CIO 업무의 특성상 자산배분 전략을 고민하는 위치다 보니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여러 조직의 운용 시스템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한데, 한 조직에만 오래 있다 보면 이런 부분에서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서 내부출신이 투자분야를 독식하게 될 경우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새마을금고 출자 비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에선 여전히 외부 공모를 하는 것은 내부출신이 독식하게 될 경우의 폐해를 우려한 부분도 있다"라며 "내부 출신 선호 현상이 현재는 강하지만, 새마을금고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반대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