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확대 재원도 결국엔 SK하이닉스 배당發
2조 반도체 중심 투자 마찬가지…활용될까 우려도
갈수록 SK스퀘어 투자 이유 희석…사업모델 한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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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덕을 보는 구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1년 새 두 배 넘게 뛴 주가부터 최근 발표한 주주환원책은 물론 향후 청사진까지 SK하이닉스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반기는 투자가 사이에서도 쉴더스 매각 재원을 모두 소진하고 나면 SK하이닉스 대신 SK스퀘어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가 흐릿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일 장중 사상 최고가(19만500원)를 기록한 SK하이닉스 주가는 5일 들어 2% 이상 하락세를 보이며 숨을 고르고 있다. SK스퀘어 주가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1일 장중 8만1600원까지 올라 고점을 찍고 8만원선 근처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 1년을 두고 봐도 양사 주가 흐름은 거의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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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자회사 SK하이닉스가 모회사 주가를 끌고 가는 형국으로 보고 있다. SK스퀘어가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대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고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밝히긴 했으나 투자가들은 SK하이닉스 주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가뿐 아니라 투자형 중간지주사로서 주주에 제시한 청사진 전반이 점점 SK하이닉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SK스퀘어의 주주환원 재원은 크게 포트폴리오 매각 대금과 배당 수익으로 구분된다. 배당 수익의 경우 11번가·원스토어·티맵모빌리티 등 핵심 포트폴리오가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라 사실상 SK하이닉스 배당이 중심이다. 작년 배당 수익 1771억원 중 99%가 SK하이닉스 몫이었다. 여기에 작년 SK쉴더스 매각으로 확보한 대금을 더해 이번 31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주환원을 확대하자면 배당 수익이 늘거나 포트폴리오 매각 대금이 계속 발생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실적 회복이 본격화한 만큼 배당 수익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쉴더스 매각 대금도 작년 1차로 확보한 대금 4000억원 외 잔여분 약 4600억원이 내년 8월까지 순차로 유입될 예정이다. 내년까지는 SK스퀘어의 주주환원 강화 의지에 근거가 탄탄한 셈이다.
그러나 쉴더스 매각 대금 유입이 끝나면 결국 SK하이닉스의 배당 수익만이 남는 구도다. 나머지 포트폴리오의 실적이나 매각 계획에 대해선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인 탓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 들어 펀딩 기근에 사업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이력 좋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회수 작업에 애를 먹고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관리 모드에 돌입했다"라며 "인수합병 시장 전반에 돈이 안 돌고 있는데 SK스퀘어 손을 탄 기업들이 소화될 수 있을 거라 보는 시각은 없다시피 하다"라고 설명했다.
우려대로라면 SK하이닉스가 향후 SK스퀘어의 주주환원은 물론 투자 활동까지도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이번 주총에서 향후 2조원을 마련해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포트폴리오가 팔리지 않으면 이 역시 SK하이닉스가 위로 올린 배당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중심 새 포트폴리오 비전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시장에선 SK스퀘어의 사업 운영 능력과 회수 성과는 물론 투자 안목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 투자가 아니라면 2조원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반도체 포트폴리오도 제한적이고 SK하이닉스 밸류체인에 올라타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라며 "모회사 투자 성과에 자회사 이익체력이 낭비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형 중간지주사 사업 모델의 맹점이 3년여에 걸쳐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SK스퀘어 주주로 남아야 할 이유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지주 담당 한 연구원은 "주가 평가부터 주주환원 재원, 미래 투자 성과까지 자회사에 기대야 한다면 모회사를 한 번 거쳐야 하는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라며 "원래도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커버하기엔 SK하이닉스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 외 평가할 내용이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 많고, 기관 역시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