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레이트 3%대…실물 편입보다 대출에서 기회
출자 기근 속 부동산 대출 펀드 출자는 활발
올해가 끝물? 금리 인하하면 기조 변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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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큰 손' 기관투자자(LP)인 연기금 및 공제회가 올해 감사원의 대체투자 감사 등에 따라 신규 출자에 소극적인 가운데, 부동산 대출 투자만큼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단 전망이 커지면서, 높은 대출 이자를 통한 수익을 챙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연기금은 상반기 중 1~2건의 부동산 사모대출펀드(PDF·Private Debt Fund) 투자를 위해 국내·외 운용사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출자하는 방식이 아닌, 자체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개별 프로젝트 건에 투자하는 형태다.
연기금이 부동산 실물 편입보다 대출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이유는, 부동산 자체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 상업용부동산 캡레이트(자본환원율)는 3%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캡레이트란 빚없이 부동산을 매수했을 때 1년 동안의 수익률을 뜻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자본 구조를 떠나 부동산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률인 캡레이트가 해외 부동산의 경우 3% 정도인데, 국채에만 투자해도 이 정도의 수익률은 나오니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기에는 제한되는 면이 있다"며 "현재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고, 시장에서도 은행에서 받쳐주지 못하는 부동산 대출 건들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뿐만 아니라 공제회들도 부동산 대출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신규 출자에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부동산 대출 펀드 출자에는 현재까지 2개의 공제회가 계획을 밝힌 상태다.
노란우산공제는 올해 1월 부동산 대출형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냈고, 최근 코람코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을 최종 선정했다. 출자 규모는 하우스별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도 지난 2월 부동산 대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낸 뒤 이달 중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출자 규모는 총 2000억원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역시 올해 사모대출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사모대출 투자 확대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이전에도 해외에서 현지 운용사들과 협력해 사모대출 투자를 활발히 집행해왔지만, 팀 신설을 통해 국내에서도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들의 투자 중심축이 에쿼티에서 사모대출로 옮겨가고 있지만, 이 같은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 시대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기관들의 수요가 사모대출 시장으로 몰리고 있지만, 금리가 인하되면 다시금 수요가 시들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모대출은 지난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였고, 올해까지 그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내년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며 "금리가 인하하고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 에쿼티 투자도 다시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