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 기근 속 설 자리 더 줄어드는 신생 하우스들
캠코 출자 '감지덕지' 지난해 루키리그에 700억 배정
모펀드 잔여 2200억은 프로젝트펀드 수시 출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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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출자 기근이 올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앵커 출자자(LP)로서 물꼬를 터줘야 할 공제회는 현재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올해 잠정 중단했던 출자를 재개할 것으로 관측됐던 새마을금고 역시 '작업대출'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춘 PE들 마저 펀드레이징에 애를 먹으면서, 신생 PE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일단 이들은 조만간 진행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출자에 기대를 걸어보는 모양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루키리그'를 선정할 지 여부가 관심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캠코는 총 1조원의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5호 조성에 필요한 모펀드 결성을 준비 중이다. 이른 시일 내 결성을 위한 실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모펀드 결성이 마무리되는대로 자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나설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출자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캠코는 지난해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이관 받은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를 조성한 바 있다. 총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모펀드에서 2800억원은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에 출자, 잔여 2200억원은 프로젝트펀드 형태의 수시 출자하는 형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일부 공제회의 부동산 대출 등 크레딧 펀드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출자 공고가 없는 상황에서 캠코의 기업구조혁신펀드는 많은 PEF의 관심사"라며 "최근 캠코가 출자 설명회에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출자 규모를 유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출자 기근에 시달리는 PEF 운용사들은 캠코에 기웃거리는 분위기다. 특히 캠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루키리그를 선정할 가능성이 커 신생 PE들의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루키리그를 선정했던 교직원공제회가 2년에 한 번 꼴로 루키리그를 선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남은 곳은 캠코가 유일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업구조혁신펀드 루키리그에서는 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끝에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디케이파트너스, 퍼즐인베스트먼트코리아-프롤로그벤처스가 최종 선정됐다. 캠코는 이들 하우스에 각각 350억원씩, 총 70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는 펀드레이징이 시급한 운용사들이 많아 경쟁률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블라인드펀드 외에도 프로젝트펀드 출자 계획도 있다. 최근 캠코는 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출자계획 설명회에서 지난해 4호 기업구조혁신펀드 모펀드 자금 일부를 올해 프로젝트펀드에 출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의 출자 규모가 유지된다면, 신생 PE 입장에는 700억원 수준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더해 2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까지 챙길 수 있다. 프로젝트펀드는 수시 출자 형태로 별도의 조건이나 허들이 없기에 신생 PE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다.
'구조조정'이라는 명확한 투자처는 걸림돌로 꼽힌다. 이번 펀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또는 금융권 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관련 트랙 레코드가 있는 운용사에 유리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신생 하우스에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공동운용사(Co-GP) 지원이 가능하기에 펀드레이징 역량이 있는 신생 하우스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루키리그에 선정된 하우스들도 모두 공동운용사를 꾸렸다. 부실기업이 늘고 있고, 정부가 이들 기업의 경영정상화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 기회도 많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감사원의 공제회 대체투자 감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제회들이 출자 허들을 더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신생 PE의 입장에선 올해 안으로 펀드레이징을 완료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