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이슈 살피는 금융지주…투자자 문의도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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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그 정도도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이르면 상반기부터 미국 금리인하를 점치던 금융기관들도 예측 전망을 바꾸고 있다. 이미 미국 10년물, 3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5%선을 향해 급등 중이다.
미국 금리인하가 늦어질 경우 한국은행도 섣불러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올해도 ‘대손충당금’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손충당금 정도에 따라 배당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주주들도 민감한 이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금리 예상치를 수정하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도 하반기로 늦춰질 수 있고, 이에 따른 금리인하 횟수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다시금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하반기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금융지주 리스크 담당 관계자는 “총선 이전에는 섣불리 이야기하기 힘들었지만, 최근 금리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라며 “금리변화가 연체율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보니 올해에도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금융지주의 충당금 부담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전입한 대손충당금은 8조9260억원으로 전년 5조2079억원 대비 71.4% 증가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라는 주문뿐 아니라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바가 있다. 그런 만큼 올해는 충당금 부담이 작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올해도 보수적인 충당금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고위 인사들이 금리 인하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고, 일각에선 올해 금리인하가 시작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10곳 중 4곳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한 달씩 미뤘다. 웰스파고와 TD는 올해 5월에서 6월로, JP모건과 노무라는 6월에서 7월로 각각 변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지시간 11일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1회이며, 시기는 12월일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때 70%에 달했던 6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현재 20%대 아래로 급락한 상황이다.
이미 금융지주들은 ELS 사태로 1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등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4조36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9697억원)보다 12.2% 감소할 전망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떨어진 6조4376억원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1조226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8.2%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신한금융지주는 1조2933억원으로 8.6%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9893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는 853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0.8%, 9.9%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ELS 사태에 따른 충당금 증가가 실적 감소의 주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ELS 사태가 1분기 금융지주 충당금에 주요한 요인이었다면, 늦어지는 미국 금리인하는 올해 내내 금융지주에 충당금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는 필연적으로 부실채권 발생률을 올리는 까닭이다.
이 경우 금융지주 배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주들 입장에선 올해에도 각 금융지주 충당금 규모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까지도 은행주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로부터 충당금을 추후에도 쌓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상당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올해 주요 금융지주 영업수익이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며 순이익은 전년대비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제가 사라지는 순간 순이익 영향도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리 전망 변화 등으로 올해 금융권 화두도 충당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발생하는 이자이익과 반대로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정도에 따라서 금융지주 실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