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한화오션, 미국 군함 MRO 시장 노크 중인데
미국 안보 협력 강화에 이어 방산 수출 확대까지 나선 일본
"국내 조선업체들의 美군함 MRO 시장 입지 줄어들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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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함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유지보수) 시장에서 일본이 한국 기업들의 새 경쟁자로 부상했다. 일본 조선업체들이 뛰어난 군함 기술력과 미국과의 탄탄한 동맹관계를 앞세우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단순 군함 수출을 넘어 MRO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량의 무기 체계와 장비를 탑재한 군함은 설계와 건조 못지 않게 유지와 보수 분야에서도 첨단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런 특성 탓에 MRO는 군함 수주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해군과의 경쟁에서 위협을 느끼고 있는 미국 MRO 시장은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중국 해군이 군함을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군사력을 끌어올리는 상황인데, 미국 조선·방산 업체들은 중국에 비해 생산 속도나 비용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만으로 상품 운반이 가능하지만, 중국과 군사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동맹국에 문호를 여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에 대한 MRO 사업 관련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5월 특수선 MRO 조직을 신설했고,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를 신청해 올해 초 야드 실사까지 마쳤다.
그런데 일본과 미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군함 MRO시장에서의 한국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조선,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조선업계는 이달 10일(현지시각)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보다 먼저 미국에서 군함의 MRO 업무를 확보할 전망이다. 미 행정부가 의회와 협의해 90일 이하의 유지 보수의 경우 일본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승인할 계획이 나오면서다.
정상회담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군함 및 항공기를 일본의 상업용 시설에서 공동 유지하는 사례를 명시하기도 했다.
동시에 일본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사실상 무기 수출을 금지해 왔지만 2014년 아베 신조 정권 당시 살상 무기를 제외한 방위 장비 수출을 일부 허용한 이후, 일본 방위성의 주도로 본격적인 수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일본 조선업계와 본격적으로 MRO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HD현대중공업에 한화오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방산 담당 연구원은 "일본이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지금, 한국과 일본이 부딪히는 부분은 미국 군함 MRO"라며 "일본 업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MRO 시장을 기대했던 국내 조선업체들에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