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재하락 가능성 시사…또 떨어지면 투기등급(BB)
지난해 저축은행 신용등급 줄하락했는데 올해도?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증자 요구…위기감 확산되는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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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페퍼저축은행 신용등급 강등이 저축은행업권의 연쇄적인 등급 하향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등급을 내렸음에도 부정적 전망이 남아,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대규모의 증자 및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페퍼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내렸다. 통상적으로 등급을 한단계 내리면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바꾼다.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남겨뒀다.
신용등급이 한단계 추가 하락하면 투기등급(BB)이다. 이 경우 퇴직연금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한다. 퇴직연금 운용은 저축은행업권의 대표적 먹거리 중 하나다. 신규 자금 유치가 막힌다면 실적 직격타가 불가피하다. 관련업계서 위기감이 커지는 까닭이다.
페퍼저축은행을 시작으로 경쟁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줄줄이 하락할 지 관심사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뿐 아니라 8개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바 있다. 그 중 OSB저축은행(BBB), 더케이저축은행(BBB)은 페퍼저축은행과 신용등급이 같았다. JT저축은행과 스마트저축은행은 이미 BBB-다.
신용평가업계는 부동산PF 부실로 저축은행업권이 직격타를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제2금융권 업권별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결과, 경착륙 상황에서 부동산금융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손실률이(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 잠식률) 100%에 근접한다고 밝혔다. 자본비율 역량과 관련해서도 일부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권고비율인 11%에 근접하거나 하회할 수 있단 분석이다.
저축은행업권이 취급하는 부동산PF는 질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분양 위험이 낮은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비중이 낮고 대부분(80~90%) 기타 주거 및 비주거에 쏠려 있다. 저축은행이 참여한 본PF 시공사 및 책준기관 신용등급 구성 중 70% 정도가 BB급 이하이며 대부분 무등급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영업환경과 재무구조는 가파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 79곳 가운데 41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경기 침체로 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도 재무 악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 보완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금감원은 올 1분기 실적 악화로 자본비율이 하락한 저축은행에 추가 자본확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경영개선조치 요구에 3개월의 기한을 주는데 반해 이번엔 2개월 가량 앞당겼다는 해석이다.
관련업계선 대규모의 증자 및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올 1분기 대규모 적자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당국의 권고치를 하회하는 저축은행이 15개 안팎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 부동산금융 관련해 부실 여신 비율과 만기연장에 따른 상환 부담수준을, 가계신용대출은 연체 전이율, 연체채권 상매각 수준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라며 "일부 저축은행은 유동성비율이 80%를 하회하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