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한 롯데건설이 실질적 지급 주체
롯데건설 "시행사 조건 미충족" 대금 지급 거절
폐점 합의 폐기시, 전국 홈플 개발사업 무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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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건설이 추진 중인 전국 홈플러스 점포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총 사업 규모가 3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의 폐점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나머지 홈플러스 개발 사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단 평가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미래도시는 홈플러스 측에 폐점합의금(영업손실보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폐점합의금 지급은 재건축 과정에서 홈플러스가 일정 기간 영업을 중단해야하는 만큼 해당 기간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겠단 의미이다.
해당 사업은 홈플러스(부천 상동점)가 있는 상동역 인근 건물을 아파트와 오피스텔, 부대시설을 포함한 주상복합 건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시행사는 지난 2020년부터 사업을 추진했고 준공은 오는 2030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시행사는 2028년까지 임차 계약을 맺고 영업중인 홈플러스와 합의를 통해 해당 지점을 폐점하고 개발 사업을 이어가겠단 복안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홈플러스와 시행사는 지난해 12월 부천상동점의 폐점합의서를 체결했고 지난 2월 말까지 합의금을 지급을 완료하고 폐점 수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업장은 올해 2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홈플러스만 정상적으로 폐점한다면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할 수 있었다.
폐점 합의에 대한 계약 주체는 시행사와 홈플러스지만 실제 합의금을 지급하는 주체는 시공사인 롯데건설로 확인됐다. 롯데건설은 2021년 미래도시와 약 7700억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2월 미래도시의 브릿지론에 대해 3656억원의 자금보충 형태로 신용보강했다.
폐점합의금 역시 롯데건설이 미래도시에 대여하고 미래도시가 홈플러스에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박현철 대표이사(부회장) 명의로 시행사에 지급확약서를 제공했고 시행사는 이를 홈플러스에 제시해 합의금을 지급할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롯데건설 측은 지급 기한(2월29일)을 한 달 이상 넘긴 현재까지 미래도시에 폐점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 측은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의) 폐점이 확정되거나 확인이 되면 돈을 대여할 수 있단 입장이다"며 "23년말 시행사에 공문을 통해 '홈플러스와 폐점 등에 관한 합의서를 적법하게 체결할 것' 등의 조건을 전달했는데 최근까지 해당 조건이 충족이 안된 상황이기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합의금을 받지 못한 홈플러스는 해당 지점의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홈플러스는 현재 미래도시와 맺은 폐점 합의를 해지할지 여부에 대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시중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들과 2조3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국 곳곳의 건설 사업장 PF 만기를 연장 할 수 있었다. 부천상동, 부산센텀, 동대문 등 홈플러스 개발 사업지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해당 펀드에 포함된 홈플러스 개발 사업장 중 롯데건설이 신용공여한 금액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펀드의 출자자는 ▲시중은행 1조2000억원(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증권사 4000억원(KB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롯데그룹 계열사 7000억원(롯데정밀화학, 롯데호텔,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건설은 부천 상동점 개발 프로젝트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며 펀드 자금모집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상반기 내 해당 점포의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본PF로 전환하겠단 계획이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홈플러스 부천상동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상당히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펀드 자금을 보다 수월하게 출자 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홈플러스의 개발 사업중 가장 큰 규모인 부천 상동점의 폐점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전국 곳곳에 홈플러스 개발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롯데건설이 계획중인 홈플러스 개발 사업 부지만 10여곳에 달한다. 각각의 사업들 역시 임대차 기간이 남아있는 홈플러스와 폐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홈플러스 개발 사업이 장기화하거나 좌초할 경우, 롯데건설이 조성한 2조3000억원의 펀드의 손실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펀드에 포함한 홈플러스 사업지에 대한 롯데건설의 신용공여 규모(80000억원)가 롯데그룹 계열사의 후순위 출자금을 웃돌기 때문에 사업장의 손실이 가시화하면 그룹 계열사들의 부담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