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신세계그룹 앞에 '권한 없는' 회계법인·증권사만 장사진
입력 2024.04.18 07:00
    취재노트
    회계법인 등 신세계발 거래 발굴 분주
    스타벅스·사업부 등 활용 거론되지만
    그룹과 교감 없어 현실성 의문부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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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은 주력인 대형마트 사업 부진과 신세계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시름하고 있다. 돈이 부족한 그룹이 으레 그렇듯 신세계그룹의 자산을 활용한 거래를 만들어내려는 자문사들의 행보도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그룹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설익은 거래들이 많다 보니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마트는 작년 사상 첫 연간 적자를 냈고, 온라인 사업도 실적 개선세가 더디다. 가장 사정이 급한 쪽은 신세계건설인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시중은행들은 기업여신 확대에 힘을 쏟으면서도 건설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대기업 계열이어도 대출받기 쉽지 않다. 금융사가 담보로 탐내던 신세계건설의 레저사업은 지난 2월 조선호텔앤리조트로 넘어갔다.

      신세계건설은 이달 초 정두영 대표를 경질하고 재무통인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자금 조달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란 평이 따랐다. 당분간 원가부담 증가, 분양경기 침체 등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라 신세계건설과 그룹을 둘러싼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지원을 받으며 위기를 진화했던 롯데그룹과는 상황이 다르다.

      사정이 이러니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자산유동화나 자산 매각, 투자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무부담을 완화해갈 것이란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참 그룹이 돈을 잘 벌고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지주사 전환이나 상장 등 생산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자산을 덜어내서 자금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모인다.

      이런 거래에 특화된 국내 증권사나 회계법인들도 신세계그룹의 문을 두드리며 자문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다. 그룹의 가용 자산들을 살피고 이를 잠재 투자자에 들고가 거래 진행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지분이다. 그룹 전반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 작년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이마트가 스타벅스 지분 67.5%, 싱가포르투자청(GIC)가 32.5%를 들고 있다. 지분 과반을 유지한다면 약 17.5%를 팔 수 있고, 매각 시 수천억원의 차익도 기대된다.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푸드의 대체식품 사업부(브랜드 배러미트)를 활용한 투자유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작년부터 KKR을 비롯한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사장은 과거 KKR이 오비맥주를 인수했을 당시 마케팅을 담당 하는 등 KKR과 연이 있다. 이 외에 노브랜드 사업도 잠재적인 매각 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들 대상들이 거래 시장에 나올 것이라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정용진 회장의 확장 정책 중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다. 가장 확실한 자금 조달 카드지만, 가장 늦게 검토할 카드란 평가다. 대체식품 사업부는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청사진이 잠재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브랜드는 투자 매력도가 낮고, 사업부를 분할하는 것부터가 과제다. 그룹에서도 매각 가능성을 높이 보지 않고 있다.

      한 잠재 투자자는 “그룹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문사에서 전해 듣고 있지만 실제로 속도를 내는 것은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회계법인과 증권사들이 예상 매물을 들고 다니긴 하지만 그룹의 확답을 받고 진행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란 지적이다. 공개적으로 거래를 진행했다가 실패하면 위기감만 커지기 때문에 물밑에서 움직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문사 입장에서도 거래 맨데이트는 없지만 혹여 후한 값을 쳐주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나면 그룹을 찾아가 말을 꺼내기 수월해진다.

      또 다른 잠재 투자자는 “회계법인들이 신세계그룹의 잠재 매물을 들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성이 낮거나 그룹의 허락을 얻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금액 면에서 의지를 보여주면 그룹을 설득하겠다는 식이다 보니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